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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이닝 다 뛰세요' 한국 야구 미래들, SD 슈퍼스타들 간담을 서늘케 했다 [고척 현장]

[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주전 강제 풀출전 시킨,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들.

그야말로 '졌잘싸'였다. 졌지만,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경기였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평가전에서 0대1로 석패했다. 대표팀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1회 문동주(한화)의 폭투 실점으로 결승점을 헌납하며 무릎을 꿇었다.

국가대표팀이지만,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류중일호. 객관적 전력으로는 최고 선수들을 다 모은 대표팀과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변수가 있었다. 젊은 선수들의 동기부여였다.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자체로 의욕이 생기고, 특히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의 경우 완벽한 '쇼케이스' 무대가 되니 열심히 하지 말래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주전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화려함 그 자체. 잰더 보가츠-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제이크 크로넨워스-매니 마차도-김하성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순은 '슈퍼스타들의 집합체'라고밖에 표현이 안되는 세계 최강 타선이었다.

선발 문동주가 지나치게 긴장을 한 탓인지 시작하자마자 계속 볼을 던져 위기를 자초했다. 3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하지만 마차도와 김하성을 삼진, 내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최악은 면했다. 하지만 포수 김형준(NC)과의 사인이 맞지 않아 보기 힘든 직구 와일드피치가 나오며 실점을 한 게 천추의 한이 될 지는 그 때는 몰랐다.

문동주가 2회 삼자범퇴 처리를 하며 안정을 찾으며 경기가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 주전급 불펜 투수들의 공이 너무 좋아 대표팀이 점수를 내는 게 쉽지 않았는데, 문제는 대표팀 투수들이 샌디에이고 특급 스타들과의 대결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매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필승조 투수들도 총출동 시켰다.

2번째 투수 원태인(삼성)이 2이닝 삼진 3개를 잡으며 포효했고, 그 뒤 2이닝을 소화한 신민혁(NC)도 완벽했다. 정해영(KIA) 최준용(롯데)도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대표팀 투수들에 막혀 세계 최고 3루수 마차도는 삼진 4개를 당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보가츠 무안타, 타티스 주니어는 겨우 내야안타 1개를 쳤다. 샌디에이고 강타선이 전체 4안타에 그칠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유일한 아쉬움은 점수가 나지 않았다는 점. 2회 선두 문보경이 볼넷을 출루한 뒤 만들어진 1사 2루 찬스, 그리고 7회 1사 후 문보경의 2루타로 만들어진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8회 2사 1, 2루 찬스로 분위기를 살렸는데 강백호(KT)가 초구에 아웃된 것도 아쉬웠다. 9회초에는 마무리 후보 로베르트 수아레스를 상대로 무사 1, 2루 천금의 역전 찬스를 잡았는데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으로 남을 듯 하다.

하지만 한국 야구 미래를 짊어질 거라 평가받는 선수들이 세계 최고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한 것 자체로 박수를 받을만 했다. 보통 이런 평가전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이 2~3타석을 소화하고 빠지는 게 보통인데 샌디에이고는 경기 끝까지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그만큼 간담이 서늘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