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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 공 빨리 보고 싶어요' 이정후의 외침, 분명 이유가 있었다...'무슨 공인지 모르겠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빨리 미국 투수들의 공을 직접 보고 싶어요."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스프링캠프 합류 후 가장 많이 한 말이다.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 '메가 딜'을 따내며 꿈의 무대에 입성한 이정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과 언론에는 관심일 수밖에 없었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이정후에게 메이저리그 입성 소감이나 시범경기를 앞둔 각오 등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았다. "투수들 공을 빨리 경험해보고 싶다"였다. 질문들이 귀찮아서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게 아니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정후는 "여기 투수들의 공이 어떤지를 직접 경험해야 내가 통할지, 그렇지 않을지 판단이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정후의 말처럼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수준 차이는 분명 확실하다. 메이저리그는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특히 투수력에 있어서는 간격이 너무 크다. 마이너 팀에도 150km를 넘는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KBO리그에서는 제구력과 관계 없이 150km만 던지면 특급 유망주로 분류된다. KBO리그를 '씹어먹는' 외국인 투수들도 결국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경계에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니 이정후의 시범경게 데뷔전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당초 시범경기 개막부터 뛸 예정이었으나 우측 옆구리 불편함으로 4번째 경기 만에 타석에 섰다. 그리고 1회말 첫 타석 상대 올스타 선발 조지 커비를 상대로 첫 타석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볼카운트 2S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커비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아무리 시범경기라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실전이었다. 6000명이 넘는 팬들이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자신을 스카우트 한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사람들이 그 타석을 지켜보고 있을 게 뻔했다. 한국팬들도 마찬가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강점인 컨택트 능력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니 '역시, 이정후'라는 찬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는 솔직했다. 경기 후 "무슨 공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같은 슬라이더여도, 던지는 선수에 따라 공 움직임이 다 다르다. 구위가 좋을수록 빠르고, 변화 각도가 커지거나 방향이 변화무쌍할 수 있다. 이정후는 "일단 변화구 구속이 KBO리그보다 더 빠르다"고 확실하게 비교를 해줬다.

이론적으로는 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직접 체험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첫 경기부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험했다. 이정후가 그렇게도 빨리 공을 보고 싶다 외친 이유였다.

하지만 결과는 첫 타석 안타였다.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