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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 보여준 외국인과 재계약↔유망주 부상에 귀국 조치. 염갈량의 눈은 '마음'을 본다[SC 포커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에 FA 박동원이 왔을 때 취재진이 새로 온 염경엽 감독에 대해 LG 선수들에게 팁을 하나 알려줘라고 하자 "항상 선수에 대해 관심이 많으셔서 지켜보고 계신다. 속일 생각하지 말고 정직하게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게 크다. 선수 시절 실패한 아쉬움을 지도자로서는 성공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래서 연구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선수가 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노력하고 노력해서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라고 절실함을 보이지 않는 선수에겐 가차없는 철퇴를 내린다. 특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나태한 모습을 보일 때 더욱 더 냉정하게 대한다.

이번 김범석에 대해 염 감독이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쓴소리를 한 이유다.

2023년 신인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받고 입단한 고졸 2년차 포수인 김범석은 이번에 처음으로 애리조나 1군 캠프에서 훈련을 했으나 지난 16일(한국시각) 내복사근 부상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구단 첫 조기 귀국자가 된 것. 큰 부상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정밀 검진을 받고 치료와 재활을 하게 됐다.

고교 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한 이후 역대 최다인 10개의 홈런을 때려내 타격 능력을 인정받은 김범석은 신인지명 당시 LG 차명석 단장이 한 말로 더욱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다.차 단장은 "김범석이라서 뽑았다"면서 "김범석이라는 고유명사가 앞으로 KBO리그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큰 잠재력을 기대했다.

그런 김범석은 지난해 애리조나 1군 캠프에 가지 못했다. 고교 시절부터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았던 터라 재활을 했다. 어깨 때문에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도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출전했었다.

염 감독은 지난해 10월에 김범석을 1군에 올려 대타와 1루수로 기용했다. 김범석은 데뷔 첫 홈런을 때리는 등 10경기서 타율 1할1푼1리(27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그정도로 1군 경험을 쌓게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김범석을 포함시켰다. 박동원과 허도환에 이어 혹시 필요할 수도 있는 세번째 포수로 김범석을 뽑은 것. 염 감독이 김범석의 재능을 보고 키우려는 뜻을 확실히 보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염 감독은 1월 초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범석을 1군에서 쓸 계획을 밝혔다. 세번째 포수 겸 1루수로 쓰면서 1군에서 성장시키기로 했었다. 허도환은 경기 후반 교체 포수로 나서고, 박동원이 쉬는 경기에 김범석이 선발로 나선다는 파격적인 계획이었다.

대신 김범석에게 숙제가 있었다. 감량이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염 감독이 말했던 부분이었다. 덩치가 너무 커 부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염 감독은 물론, 고참인 김현수도 김범석이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호준 퀄리티 컨트롤 코치가 스프링캠프에서 김범석을 일대일로 관리하기로 하며 더욱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캠프 2주만에 김범석은 부상을 당했다. 사실 큰 부상이 아니기에 관리를 하면서 계속 캠프에서 훈련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그를 귀국시켰다.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현지에 온 취재진에게 "체중 감량 얘기를 직접적으로 했다. 하지만 살을 전혀 빼지 못하고 왔다. 그만큼 부상 위험이 커지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준비 부족이다. 그 야구 잘하는 김현수도 엄청나게 체중 감량을 하고 왔다. 본인이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기회를 주는 선수는 당연히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 기회를 잡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김범석은 전지훈련에서 살을 빼면 된다고 안일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캠프는 몸을 만들어서 와야 한다. 아무리 코칭스태프가 캠프에서 감량을 시키겠다고 해도 어느 정도 살을 빼서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에도 여러차례 젊은 선수들을 1군에서 2군으로 내린 적 있다. 표면적으론 부상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백브리핑을 통해 그의 정신 상태를 질타했었다.

염 감독이 LG에 와서 선수의 자세를 평가한 적이 있었다. 바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다. 켈리는 지난해 부진했다.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뛴 5년 동안 가장 승리가 적었고, 평균자책점도 가장 좋지 않았다. 시즌 중엔 교체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올해 나이가 35세가 되기 때문에 새 시즌엔 새 외국인 투수로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중에 켈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가 잘하려는 노력을 계속 보였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시즌 중에 그에게 체인지업 보다는 포크볼을 던지도록 권유를 했었다. 그는 시즌 때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둔 청백전 때 염 감독에게 선물이라며 포크볼을 던져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포크볼을 쓰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로서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 절실함에 염 감독은 그와 1년 더 함께 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김범석은 1군 기회를 보장 받으며 살을 빼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하지만 김범석은 절실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캠프 중에 부상을 당해 감량하지 못한 결과가 어떤지를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기회가 날아가게 생겼다.

염 감독의 김범석 귀국 조치는 LG의 모든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계속 노력하고 절실해야 한다. 박동원의 말처럼 염 감독은 지켜보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