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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뽑은 스카우트도 반했던 4년차 왼손 유망주가 호주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 일본인 투수에게서 선발 배웠다[무로이 칼럼]

지난해 2월 9일, 삼성 라이온즈는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니혼햄 파이터스와 연습경기를 했다. 결과는 0대3 삼성의 패배. 삼성 타선은 단 2안타 무득점으로 완패했다.

12년전 니혼햄이 드래프트 1위 지명한 오타니 쇼헤이(현 LA 다저스)를 스카우트한 니혼햄 스카우트 부장은 삼성과의 경기를 지켜본 뒤 "삼성은 거의 다 젊은 선수들이 나왔지요?"라고 상대를 배려한 뒤 "마지막 6번째에 던진 투수는 공에 힘이 있고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그 투수는 좌완 이승현이었다. 그 날 이승현은 1이닝 무실점으로 니혼햄 타선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후 1년이 지났다. 삼성에 입단한 이후 세 시즌 동안 중간 투수로 활약했던 이승현은 올시즌 새로운 도전을 한다. 선발투수 전향이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이승현은 "선발으로 확정되지는 않지만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이번 캠프에서 피칭하는 날에는 불펜에서 공 100개 이상 던질 예정입니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지난해 48경기를 등판해 1승 5패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던진 경기를 추가하면 3년 연속으로 50경기 이상 던졌다. 보통 한 시즌 동안 풀타임 경기에 나간 투수의 경우 비시즌에는 실전보다 쉬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이승현은 11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호주야구리그(ABL)에 파견됐다.

이승현은 "호주에는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도 같이 가셔서 체력적으로 문제 없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호주에서 만난 17살 연상인 한 투수와의 대화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승현은 "무라타 토우루 투수에게 많이 물어 봤어요"라고 했다.

무라타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는 일본인 투수다. 2008년의 대학생 사회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으나 3년 동안 1군 등판 없이 방출되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6년간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메이저리그 딱 1경기만 등판했다. 2017년에 다시 일본프로야구(NPB)로 복귀. 니혼햄 소속으로 5시즌 동안 주로 선발투수로 8승을 기록했다. 현재는 이승현이 파견된 호주리그의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에 소속돼 있다.

이승현은 무라타에게서 선발등판 때 볼 배합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승현은 "무라타 투수는 경기 초반 타자 몸쪽 공을 많이 쓴다고 했습니다. 초반부터 바깥쪽으로 던지면 타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쓴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저도 실제 경기에서 그렇게 했었는데 괜찮았습니다. 일단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이승현에게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배번 변경이다. 지난해까지 54번을 달았는데 올해 57번으로 바꿨다. "57번은 원래 좋아하는 번호고 고교 2학년 때 달아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더욱이 이승현은 3월에 열릴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게임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다. 니혼햄 스카우트가 평가한 직구와 각이 좋은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호주에서 얻은 조언으로 선발투수가 임하는 자세를 배운 이승현이 새롭게 시작하는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