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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시켜주세요' 간판스타의 당돌한 선전포고, 홍원기 감독의 대답이 너무 궁금한데...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적극적으로 도와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팀입니다."

간판선수의 당돌한 포지션 변경 선언, 감독은 선수에게 어떤 얘기를 해줬을까.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은 4일 한 시상식에 참석해 깜짝 선전포고를 했다. 홍원기 감독에게 "내년에는 유격수로 뛰게 해달라고 얘기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아무리 경험 많은 스타급 선수라도 자신의 포지션 변경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드물다. 김혜성이 키움의 간판인 건 맞지만, 아직은 24세 어린 선수. 그래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혜성의 주포지션은 2루수. 지난 시즌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올시즌은 신설된 수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루수다.

하지만 프로 입단할 때 김혜성의 원래 자리는 유격수였다. 심지어 2021 시즌에는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실책이 많이 나오고, 2루수 자리에서 훨씬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다는 홍 감독과 구단의 판단 아래 포지션을 바꾼 경우다.

이렇게 2루수로 리그를 평정하고 있는데, 김혜성은 왜 갑자기 수비가 힘든 유격수로 가겠다는 것일까.

김혜성은 내년 시즌 후 포스팅 자격을 획득한다.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하는 이정후를 보며 김혜성도 마음을 굳혔다. 이정후만큼의 폭발력과 스타성은 아니지만, 공-수-주 능력을 다 갖춘 김혜성도 충분히 빅리그에 도전할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격수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루수라고 못이 박히면, 공격력에서 더 폭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더해진다. 수비를 잘하는데, 공격과 주루도 겸사겸사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키움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그랬다. 똑같은 길을 밟으면 된다.

시상식 후 홍 감독과 김혜성이 마주 앉았다. 홍 감독은 시즌 후 모든 선수들과 개인 면담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김혜성이 1번타자였다. 첫 타자부터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다.

홍 감독은 김혜성의 미국 진출 의지에 대해 "얘기를 충분히 들었다. 의지가 매우 강하더라. 유격수를 왜 원하는지도 당연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격수를 시켜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홍 감독은 "메이저리그에 가는 데 도움되는 일이 있다면, 뭐든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포지션 문제는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캠프를 거쳐 선수들의 준비 상태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김혜성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건 아니다. 분명 문은 열려있다. 하지만 지금 김혜성이 유격수라고 못을 박기는 어렵다. 감독은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김휘집이라는 유망주가 유격수 자리에서 경험을 쌓으며 무럭무럭 성장중이다.

홍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원론적 입장 말고, 야구 선배로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유격수로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2루수로 더욱 확실하게 잘하는 모습을 어필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했다. 김하성의 예도 들었다. 홍 감독은 "코치 시절 김하성에게 2루, 3루 훈련을 시키면 솔직히 선수가 반기지 않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경험으로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닌가. 김혜성도 포지션을 떠나 노력하다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