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한화도 ML식 투자 해보자' 야구 눈 뜬 노시환, 다년 계약 어떨까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FA도 좋지만, 노시환 장기 계약 추진도 괜찮지 않을까.

한화 이글스의 2023 시즌 성적은 암울했다. 겨우 탈꼴찌에 성공한 게 다행. 그래도 위안거리가 있다면 팀의 미래를 책임질 투-타 간판스타를 찾았다는 것이다. 거포 노시환, 강속구 투수 문동주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좋은 성적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으며 밝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게 됐다.

27일 열린 KBO리그 시상식에서도 한화 관계자들과 팬들은 웃을 수 있었다. 노시환이 홈런, 타점 부문을 수상하며 KBO리그 새로운 간판타자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문동주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노시환은 올시즌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도 3할에 딱 2리가 모자랐다. 기록을 떠나 이제 선수가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경남고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번 시즌을 거치며 야구에 완전히 눈을 뜬 모습. 이렇게 한 번 알을 깨고 나온 선수는 심각한 부상이나 슬럼프가 있지 않는 한 자신의 평균치를 이어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바로 노시환의 비FA 다년 계약이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스토브리그에서 화끈하게 지갑을 열고 있다. 채은성에게 90억원을 투자했고, 이번 FA 시장에서는 안치홍에게 무려 72억원의 거액을 안겼다. 여기에 샐러리캡 여유가 있어 추가로 FA 영입을 추진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FA는 전력 보강의 확실한 수단. 하지만 팀에 필요한 '맞춤형' 선수가 없는데, 쓸 예산이 있다고 무작정 선수를 영입하는 건 좋지 않다. 예를 들어 한화가 FA 최대어 양석환까지 데려온다 하면 타선의 힘이 확실히 좋아지겠지만, 수비 포지션 중복이 너무 심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마땅한 FA 자원이 추가로 눈에 띄지 않는다면, 노시환의 장기 계약 추진은 어떨까. 비FA 다년계약은 FA 시장의 과열을 막고, 싹이 보이는 선수들을 일찌감치 잡아두며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라는 의도 속에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KBO리그는 이 제도를 활용하기에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고작 FA 1년 정도를 앞두고, 다른 팀에 내줄까 걱정 속에 거액을 안겨주는 제도로 변질됐다. 4년 FA 할 걸 5년 해주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다년 계약 사례가 늘어나다보니, FA 시장에 대어급 선수는 없는데 마음 급한 구단들이 대어급 몸값을 쓰고 있다.

우리 구단들도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실력에 의심이 없고, 팀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선수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는 사례가 나오면 참신할 것 같다. 노시환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노시환은 올시즌까지 5시즌을 채웠다. FA 자격을 얻으려면 아직 3년이 더 남았다. 3년 후 4년 100억원을 주며 잡을 것이라면 차라리 7년, 10년 계약으로 적정 금액을 책정해 일찍 붙들어두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수 있다. 노시환은 FA를 앞두고 성적 걱정 없이 편하게 야구를 하면 된다. 보장 계약이 됐다고 열심히 안할 스타일도 아닌 것 같고, 나이도 어려 기량이 떨어질 시기도 아니다. 구단은 새로운 스타를 다른 팀에 내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군대 걱정이 없으니, 연속성도 보장된다.

물론 이런 투자가 100%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다년 계약 실패 사례가 허다하다. 하지만 실패부터 생각해 과감한 카드를 던지지 못한다면, 구단들은 매번 시장에서 선수에 끌려가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이와 같은 계약을 해도, 꾸준히 잘할 선수를 찾는 안목이 그 구단의 실력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더 적은 금액에 선수를 오래 보유할 수 있다. 2년차 시즌을 마친 문동주에게도 오퍼를 던져볼만한 가치도 충분해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