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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3할-30도루, GG 꿈 무르익었는데...KS MVP 불똥이 튀었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오지환 감동 스토리의 불똥, 박찬호에게 튈라.

29년 만의 기적, LG 트윈스의 감동적인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시즌 KBO리그. 이제 관심은 FA 시장,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으로 넘어간다.

12월 초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선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개인 상이다. 각 포지션 최고 선수에게 돌아가는 영광스러운 상. 일찍부터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가 유력 후보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특히 유격수 부문이 흥미롭다. 사실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까지는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유리한 분위기였다. 박찬호는 KIA 톱타자로 올시즌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130경기 507타수 136안타를 기록하며 생애 처음으로 3할을 돌파했다. 최종 타율 3할1리. 여기에 도루도 30개나 기록했다. 타점도 52개로 적지 않았다. 3할-30도루를 기록하는 유격수가 수비까지 잘한다, 쉽게 나올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LG가 한국시리즈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 오지환이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 3방을 치며 MVP를 수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LG의 주전 유격수로 뛰며 여러 구설에 오르는 등 '욕받이' 이미지였지만, 이 모든 걸 깨버리고 야구도 잘하고 성숙한 '캡틴'으로 변신한 스토리도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이 살짝 부족하다. 126경기 타율 2할6푼8리 8홈런 65타점 16도루를 기록했다. 못했다는 게 아니라, 박찬호와 비교할 때 확실히 앞선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 시즌같이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 최초 20홈런-20도루 타이틀 등이 있다면 99.9% 따놓은 당상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결국 미디어 관계자들의 투표에서, 어느쪽에 더 중점을 두는 지가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골든글러브는 정규시즌 기준으로 후보가 정해지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하는 시상이다. 최근에는 여러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후보 기준을 대폭 완화해 많은 선수에게 가능성이 열렸지만, 그 전에는 조건이 까다로웠다. 2016년만 해도 유격수 포지션을 예로 들면 타율 2할8푼 이상 선수만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정규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최고의 선수들만 후보에 올렸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변수는 투표가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마친 후 열린다는 것이다. 개인 성적에 더해 팀 성적이 좋거나, 큰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선수가 유리해지는 구조다. 포스트시즌 경기력과 결과를 투표에 반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포스트시즌에 못 나간 선수들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게 한 것도 그 선수의 실력 아니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실제 위에서 언급했던 2016년 유격수 경쟁을 보면, 오지환과 김하성(당시 넥센)이 20홈런을 때렸지만 3할1푼 타율에 우승 프리미엄이 붙은 김재호(두산)에 밀렸었다.

인생 시즌을 보낸 박찬호와, 감격의 우승 MVP 캡틴이 된 오지환. 누가 골든글러브 경쟁에서 웃게 될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