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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17일 인천, 우리는 장원준의 마지막 투구를 본 것이었을까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장원준이 유니폼을 입고 던진 마지막 경기였을까, 아니면 선수 생활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

두산 베어스의 2023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다. 아쉽게 SSG 랜더스와의 마지막 2연전을 패하며 5위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했다. 이미 16일 SSG전 후 5위가 확정돼 17일 마지막 경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인천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두산팬들이 3루 관중석을 채웠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한 선수의 의미있는 투구를 지켜볼 수 있었다.

원래 두산의 마지막 경기 선발을 최승용이었다. 단, 순위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출격이었다. 그런데 두산은 하루 전 이미 5위가 됐고, 최승용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을 위해 아껴야 했다. 그렇게 두산의 시즌 최종전 선발은 장원준이 됐다.

12일 3위 경쟁을 하던 NC 다이노스와의 중요한 경기에 선발 중책을 맡았었다. 곽빈, 알칸타라의 부상으로 선발 자리가 구멍이 났는데, 이승엽 감독은 베테랑 장원준을 선택했다. 2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팀이 11대1 대승을 거두는 발판을 마련했었다. 그리고 두산에게는 좋지 않은 시나리오였지만, 장원준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왔다.

5위 확정인데 무슨 의미가 있었느냐. 장원준은 이날 4⅓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실점을 했지만, 두산 벤치는 장원준을 바꾸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4⅓이닝 투구로 장원준은 개인 통산 2000이닝 투구 기록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역대 9명의 선수만 기록한 대기록. 5실점하고 내려오는 투수였지만, 동료들과 팬들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뭔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다. 대기록 달성 후 홀가분한 표정으로 내려오는 장원준이었다. 사실 장원준은 역경을 딛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2018 시즌부터 급격한 내리막 길을 타며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 2018년부터 세 시즌을 날리다시피 했다. 하지만 2021 시즌 불펜투수로 변신, 32경기를 소화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알렸다. 이번 시즌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면서도 묵묵히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에 대비했다.

냉정히 은퇴를 생각할 때가 오기는 했다. 올해 37세. 전성기에 비해 구위는 현격히 떨어져 있다. 그런 가운데 올시즌 그렇게도 바라던 130승 기록을 채웠고, 2000이닝도 달성했다. 두산의 우승을 제외하면, 선수로서 더 크게 바랄 게 없는 상황이다. 연봉 욕심을 낼 일도 아니다. 장원준의 올 연봉은 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두산 구단은 은퇴와 관련해 장원준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다. 두산은 장원준 FA 영입 후 2015, 2016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장원준이 선발진에서 기둥 역할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광의 시절을 선물한 베테랑이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힌다면, 두산은 그 결정을 최대한 돕겠다는 방침이다. 우승 뿐 아니라, 장원준은 성실한 훈련 태도와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선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