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현장리포트] 20년 만의 맞대결, 웃지 못한 송승준과 김사율

20년 만의 맞대결, 누구도 웃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8일 부산 사직구장. 부산 지역에서 나고 자란 롯데의 직원들은 경기가 시작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양팀 모두 중하위권이고, 대단한 선발 매치업도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최동원-선동열 선발 대결만큼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날 양팀의 선발은 롯데 송승준, KT 김사율이었다. 부산 출신의 38세 동갑내기 베테랑 투수들. 지금은 전성기가 지나 팀에서 5선발 내지는 스윙맨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는 부산 야구를 휘어잡은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송승준은 롯데의 구애를 뿌리치고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고, 김사율은 2차 1지명을 받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송승준이 2007년 한국에 돌아와 롯데에 입단해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한 팀에서 뛰었다. 송승준은 선발 주축으로 꾸준한 활약을 했고, 김사율은 2011 시즌과 2012 시즌 팀 마무리로 자리 잡으며 롯데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한 리더십으로 두 사람이 투수진을 이끈 시기 롯데는 강했다.

김사율이 2015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했지만,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주로 뛰어 송승준과 선발 대결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마지막 맞대결은 무려 20년 전. 1998년 4월30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경남상고(현 부경고)와 경남고의 결승전이었다. 당시 승자는 김사율. 경남상고는 연장 12회말 극적인 역전 결승 끝내기 투런포로 8대7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김사율은 12회까지 221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따냈다. 그 때 결승 홈런을 맞은 투수가 송승준. 송승준은 준결승 완투로 9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는데, 김사율이 환호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혼자 4승을 거둔 김사율은 대회 MVP와 우수투수상을 모두 휩쓸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년 만에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날이 왔다. 하지만 누구도 웃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초반부터 좋은 공을 뿌리며 투수전을 연출했다. 송승준이 1회초 1점을 줬지만 이후 안정을 찾았고, 김사율도 정확한 제구력과 낙차 큰 변화구로 롯데 강타자들을 이겨냈다.

하지만 타순이 한바퀴 돌자,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김사율이 4회 채태인에게 만루홈런, 그리고 신본기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하며 강판당하고 말았다. 송승준이 20년 전 패배를 설욕하는 듯 했으나, 5회초가 되자 흔들렸다. 박경수에게 솔로포, 강백호에게 투런포를 내주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채우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롯데 조원우 감독은 팀 승리를 위해 빠른 교체를 단행했다.

송승준 4⅔이닝 5실점, 김사율 3⅓이닝 5실점. 굳이 따지자면 더 오래 던지고 팀이 10대5로 승리한 송승준의 판정승이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아쉬운 경기 내용이겠지만, 오랜 시간 절친했던 친구끼리 선발 맞대결을 해본 자체로 자신들의 야구 인생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