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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 사실상 마감 FA 시장, 어부지리 승자는 민병헌?

사실상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문을 닫았다. 이번 오프 시즌에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어떤 선수는 상상 이상의 거액을 받게 되며 기뻐했고, 어떤 선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었다. 아직 팀을 찾지 못한 선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FA 계약 과정과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각각의 스토리 형식으로 이번 FA 시장을 결산해본다.

▶바쁘고 복잡했던 롯데와 LG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는 이번 겨울 양대 '큰손'이었다. 그만큼 바쁜 겨울을 보냈다. 롯데는 내부 자원 강민호, 손아섭을 모두 잔류시키려 했다. LG는 최소 2명의 대어급 선수 영입을 준비했다.

양팀 모두 시작이 꼬였다. 롯데는 강민호를 삼성 라이온즈에 빼았겼다. LG는 황재균이 첫 번째 타깃이었지만 kt 위즈로 보냈다.

그래서 LG의 목표가 손아섭으로 바뀌었다. 최선을 다해 협상했다. 하지만 강민호를 보낸 롯데는 그룹 고위층에서 손아섭은 무조건 잡으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사력을 다해 손아섭을 지켜야 했다. 그 사이에서 손아섭의 몸값이 확 뛰어올랐다는 후문이다.

▶LG, 경쟁자 없는 데 김현수에 거액 왜?

LG는 김현수에게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실력으로 봤을 때 최고 수준 선수임은 확실했으나,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LG가 김현수를 영입할 때는 막바지 시점이라 경쟁팀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슬쩍 발을 들였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삼성측은 이에 대해 "절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경쟁자가 없으면, 더 낮은 가격에 영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문이 생긴다. LG는 이에 대해 "경쟁을 떠나 어렵게 한국행을 결심한 김현수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손아섭과 김현수를 동시에 영입하려고 했다. 그만큼 자금이 확보됐기에, 김현수에게 많은 돈을 안겨줄 수 있었다.

▶어부지리 최고 승자는 민병헌

민병헌도 대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같은 외야수인 손아섭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가 민병헌이 보는 기준에서는 턱 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에, 시장가가 올라갈 수 없었다.

그렇게 대박의 꿈이 멀어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갑작기 롯데가 러브콜을 보냈다. 롯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강민호와 손아섭을 잡을 예산을 확보해놨다. 롯데가 강민호에 책정한 금액이 80억원이었다. 이 돈이 붕 떴고, 시장에 있던 선수 중 가장 대어인 민병헌에게 이 돈을 쏟아부었다. 포지션 중복같은 건 따지지도 않았다. '닥공'으로 전력 보강을 했다. 어렵게 받은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돌려보내기도 아까웠다. 공교롭게도 민병헌은 강민호, 손아섭과 같은 에이전트를 고용했다. 이 에이전트는 롯데의 자금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의리의 한화, 도대체 선수들 얼마를 원한 걸까

한화 이글스는 정근우, 안영명과의 협상을 마지막까지 끌었다. 결국 정근우 2+1년 총액 35억원, 안영명이 2년 총액 1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두 선수의 계약에 대해 대다수 야구인들이 '생각보다 많은 돈을 줬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선수가 계속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다는 건, 구단이 정말 짠 조건을 제시했을 경우다. 둘 모두 3~4년 장기계약을 원했고 구단은 2년을 고수한다는 얘기는 알려졌기에, 한화가 안영명에게 2년 총액 4~5억원 정도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난해 1승 투수가 총액 12억원을 받게 됐다. 한화가 갑자기 금액을 올려줬을리 없고, 그렇다면 선수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원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역시 의리의 한화다.

▶FA 미아 위기 최준석-이우민 미래는?

FA 자격을 얻은 18명이 원소속팀에 남거나 새 팀을 찾았다. 마지막 2명, 최준석과 이우민이 아직 계약을 못했는데, 사실상 시장이 마감됐다고 봐야 한다. 두 선수 모두 새 팀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최준석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 있다. 당장 계약은 힘들어도, 시즌중에 부상자가 나오거나 타력이 문제가 되는 팀이 급하게 최준석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비해 확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본인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운동을 해야한다. 실망하지 않고 제대로 운동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우민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각 팀에 외야 자원이 넘친다. 롯데의 코치 제의를 거절했다. 이우민은 롯데에서만 뛴 선수다. 구단은 평소 성실한 그를 예우하려고 했다. 선수가 은퇴 직후 코치 제의를 받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이우민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하지만 롯데가 감정이 상한 건 아니다. 이윤원 단장은 "선수로 더 뛰고 싶은 선수 마음을 왜 이해 못하겠나"라며 "지금 당장은 마음을 바꿔도 코치진에 빈 자리가 없다. 만약, 선수 생활을 잇지 못한다 해도 잘 준비를 한다면 추후 우리 구단과 다시 인연을 맺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