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서울 SK 나이츠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제 관건은 꾸준함이다. 긴 시즌, 한두경기 반짝해서는 소용없다.
SK는 25일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개막 후 5연승을 달리던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잡았다. 자신들은 2승1패 기록 후 2연패로 하락세였고, 상대는 정말 무서운 상승세였다. 경기 전 기선제압 싸움에서는 밀리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겨냈다. 그렇게 5할 승률을 맞췄다.
이날 경기 혼혈 선수들이 빛났다. 박승리가 공-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세월이 흐르며 어느새 SK 팀 중심이자 에이스로 자리잡은 김민수도 내-외곽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냈다. 그동안 애만 먹이던 이승준-동준 형제도 열심히 속공을 뛰었다.
SK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팀 개편을 했다. 혼혈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 변신을 시도했다. 주변에서 '외국인 팀 아니냐. 조직력이 맞겠느냐'라고 비아냥댔지만 문경은 감독은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실제, 한국 농구 특유의 톱니바퀴같은 조직 농구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랜드전에서 보여준 농구가 바로 SK가 추구하고자 하는 농구다. 혼혈 선수들은 토종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 운동 능력 등에서 월등히 낫다. 이 몸 좋은 선수들이 높이와 힘, 빠르기를 앞세워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 어떤 팀도 SK를 쉽게 볼 수 없다.
그동안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 선수들의 조직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밑에서 듬직하게 중심을 잡아줄 데이비드 사이먼을 영입했다. 영리한 정통 센터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이 사이먼에게 너무 의존하는 농구를 해왔다는 것. SK가 강해지려면 사이먼이 득점에서 20점 이내 점수를 기록하더라도 공격에서는 공이 잘 돌 수 있게, 수비에서는 외곽 라인에서 더욱 압박을 할 수 있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한마디로 희생하는 조연 역할이다. 사이먼이 수비 리바운드를 듬직하게 잡아주고, 혼혈 포워드들이 빠른 스피드로 속공을 치고 나가 쉽게 메이드하면 정말 쉬운 농구를 할 수 있는 것.
또, 가드의 역할이 중요했다. 김선형이 있다는 가정 하에 꾸려진 라인업. 누가 붙어도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해 수비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김선형이 빠지자 선수들에 초반 허둥댔다. 안정된 상태에서 셋업해 공격을 시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공격 찬스를 날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자랜드전에는 2년차 가드 최원혁이 한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최원혁은 다른 건 몰라도 속공에서의 스피드와 대인방어 능력은 발군이다. 혼혈 선수들이 마음 먹고 열심히 뛰어주니 최원혁도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꾸준함이다. 이날 경기 혼혈 선수들이 갑자기 왜 신이나 이런 농구를 했는지 모른다. 진짜 자신들이 해야 할 농구를 이해한 건지, 아니면 이날만 특별히 컨디션이 좋아 그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전자라면 SK의 앞날은 매우 밝다. 후자라면 이 꾸준함이 이어질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