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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보물 이상화, 비실비실 마구 비밀은?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이상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첫 선발경기(1일 LG 트윈스전 5이닝 2실점 승패없음) 호투를 했을 때는 '어라'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어 최강 삼성 라이온즈(8일)를 상대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5⅔이닝 3실점으로 선전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또 제자리로 갈거야'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어진 1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이상화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2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6⅔이닝 2실점,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까지 성공하며 개인 연승을 이었고 팀의 4연패를 끊어냈다. 이제 이상화를 롯데의 새로운 보물이라고들 한다. 2007년 1차지명을 받으며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해 만년 유망주로만 남았던 이상화. 그가 '미운오리'에서 '보물'이 되기까지의 두 가지 비결을 파헤쳐봤다.

▶140㎞도 안되는 비실비실한 공 끝이 휜다?

올해 시범경기, 정규시즌 경기 중 이상화를 상대했던 A팀의 투수코치가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상화가 요즘 잘던지는데, 다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이상화는 사실 특별난게 없는 투수다. 일단 투수의 최고 무기라는 강속구가 없다. 직구가 대부분 14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구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유형도 아니다. 변화구의 휘는 각도가 환성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상대타자들이 못친다. 그냥 못치는게 아니라 공략 자체에 굉장히 애를 먹는 모습.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배터리 볼배합이 좋은 결과일 수도, 그리고 구위와 관계없이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데 타자들이 당황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밀이 있었다. 이상화의 공 끝이다. 현장에서 강조하는 그 공 끝 말이다. A팀 코치는 "눈에 보이는 스피드가 중요한게 아니다. 이상화의 공을 자세히 한 번 관찰하면 재밌다. 포수 미트에 들어오기 전에 공이 살짝살짝 휜다. 그래서 타자들은 정타로 맞겠거니 싶어 쉬둘러도 범타로 연결되는 타구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TV 중계 화면으로는 쉽게 캐치하지 못할 미세한 움직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미세한 움직임이 타자들을 애먹이고, 이상화를 살린다.

이상화는 이에 대해 "공을 던지는 각도와 릴리스 포인트에서의 손모양"이라는 비결을 공개했다. 이상화는 전형적인 우완 오버핸드스로 투수. 그런데 다른 투수와 비교하면 공을 찍어내리는 각도가 훨신 크다. 타자가 보면 위에러 내리 찍히는 각도에서 공이 들어오는 것이다. 키가 1m88이나 되다보니 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이 높은 타점에서 직구를 던질 때 손목이 조금씩 꺾이는게 포인트. 일반 직구를 던질 때와 비교해 살짝 손목 각도를 비틀어진다. 크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커터나 슈트성 볼이 들어가는 것이다. 직구 대부분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들어오니 타자들이 정타를 맞히기 힘들다.

▶고질이었던 제구 불안, 어떻게 날려버렸나?

이상화를 8년 동안 유망주로만 남겨뒀던 가장 큰 이유, 바로 제구 불안이었다. 그동안 롯데를 거쳐간 많은 지도자들이 이상화에게 기회를 줬다. 꾸준한 기회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다른 비운의 투수들과 비교하면 분명 많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자리를 잡지 못했다. 1군에 올라와 중간에서 호투한다. 그렇게 선발 기회를 잡는다. 그러면 경기 초반 제구 난조로 흔들리며 다시 불펜행이나 2군행 통보를 받는 과정이 무한 반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첫 선발 등판 경기부터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였다. 4경기 연속 안정적 호투다. 이제는 확실히 제구가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수다.

비결이 궁금했다.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이유가 모두 있었다.

이상화는 먼저 하체를 꼽았다. 그는 "하체 운동에 많이 신경썼다. 하체의 중심 이동이 잘 되니 일단 체력적으로 안정이 되며 컨트롤이 잡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체가 중심을 잘 잡아주자 공을 놓는 포인트가 일정해지고, 원하는대로 공을 던지게 됐다는 뜻.

이 뿐 아니다. 심리적 안정감도 큰 요인이다. 코칭스태프의 지지를 이렇게 크게 받으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적이 없다. 이종운 신임 감독은 "4, 5선발이 정해지면 될 때까지 기회를 주겠다"라고 공개 선언했고, 이상화가 선발 한 자리를 꿰찬 후에도 믿음을 드러냈다. '못 던지면 또 2군이다'라는 생각이 없어진게 이상화의 상승세를 이끈 제 1요인일 것이다. 프로에 들어온 선수들은 실력 차이만 놓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다. 결국 프로 1군 무대 싸움은 마인드 컨트롤 싸움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