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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쇄신 선수단 삭발, 부진탈출 효과 있나

삭발 효과는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LG 트윈스전이 열린 22일 대구구장. 경기 전 LG 선수들이 모자, 헬멧을 벗을 때마다 사진기자들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LG 선수들이 모두 스포츠형으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경기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주장 이진영부터 고졸 루키 임지섭까지 단 한명도 예외가 없었다. 마무리 봉중근은 삭발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짧은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LG 선수들은 지난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벤치클리어링까지 하는 치열한 접전끝에 8대9로 패한 뒤 곧바로 대구로 이동해 21일 하루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22일 오전에 숙소 식당에 나온 어린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고참 선수들이 하나같이 짧은 머리를 하고 나타난 것이다. 이병규(9번)와 박용택이 먼저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고, 나머지 선수들이 뒤를 따랐다. 경기장으로 출발할 때 모든 선수들이 고등학생처럼 스포츠형 머리로 변신해 있었다. 이날 1군에 합류한 유원상과 이병규(7번)도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삭발부터 했다.

'삭발'의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수들은 "그냥"이라며 말을 아꼈다. 훈련 중에는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훈련이 끝난 선수들은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승리를 위해 차분히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성적을 보면 삭발의 이유를 알 수 있다. LG는 21일까지 4승1무11패(승률 0.267)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올해 우승을 목표로 힘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번 시즌 5차례 연장전을 치렀는데, 1무4패에 그쳤다. 지난 주말에는 만만한 상대로 생각했던 한화에 2경기 연속으로 1점차 패배를 당했다. 올해 1점차 승부가 5번 있었는데, 모두 졌다. 집중력 부족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 선수들이 삭발을 결정한 것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그 마음만 받아도 고맙다"라고 했다.

LG 선수들이 단체로 머리를 짧게 자른 것은 지난 2012년 6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LG는 5할대 승률을 유지하다가 5연패에 빠졌고 주장 이병규를 필두로 머리를 잘랐던 적이 있다.

아쉽게도 삭발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1회초 조쉬벨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먼저 뽑았으나 1회말 곧바로 1점을 내줬다. 4회말 1사 만루에서 삼성 8번 타자 이흥련에게 싹쓸이 우중간 3루타를 맞으면서 흐름이 넘어갔다. 1대8 완패, 그리고 최근 3연패.

최근의 전례를 봐도 삭발의 효과는 크지 않은 듯하다. 한화가 지난해 개막전부터 9연패를 당한 후 삭발을 했다. 하지만 삭발 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3연패를 당했다. LG도 2012년 삭발한 후 나선 KIA전서 패해 6연패에 빠졌다. 당시 LG는 다음날 벌어진 SK전서 연패를 끊었다.

LG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 삭발 투혼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비록 승리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삭발이 LG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건 확실한 것 같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