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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정병곤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사인 무시 아니였다

"시즌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플레이입니다."

삼성 유격수 정병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 8회초 공격에서 결정적인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를 성공시키며 팀을 벼랑끝에서 구해냈다.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밀리던 삼성은 4차전 5-5 동점상황에서 8회 나온 정병곤의 기막힌 안타 덕에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고 이 찬스를 살려 7대5로 승리했다.

이 플레이는 경기 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다들 덕아웃에서 나온 작전을 정병곤이 침착하게 수행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반전이 있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나는 분명히 번트 사인을 냈다"며 정병곤이 스스로 강공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병곤은 엄청난 배포를 가진 선수라고 봐야 한다. 1군 경기 출전 경험도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주전으로 나서게 됐다. 안타를 때린 타석 전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었다. 서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릴 순간에 감독의 작전을 무시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인미스가 난 것 아닌가"라는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6차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은 정병곤의 플레이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다. 정병곤에게 물어보라"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가장 정확하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병곤 본인과 김재걸 3루 코치의 증언을 듣는 것. 훈련을 마친 정병곤은 "3루수가 번트에 대비해 전진하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자세를 바꿔 타격했다"고 말했다. 번트 사인임을 확인했지만 본인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작전이 성공됐다고 하지만 신인급 선수가 감독 작전대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하지만 이는 정병곤의 월권행위가 아니었다. 약속이 돼있는 플레이었다. 김재걸 코치는 "정규시즌에도 번트 사인이 났을 때 상대 빈틈이 보이면 선수 스스로 강공 전환을 할 수 있게 훈련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