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만 간직해야겠죠."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우리 속담처럼, 프로야구 감독들에게도 소속팀 제자들은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자식이 있기 마련.
NC 김경문 감독에게도 그런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올시즌 신인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투수 이재학이다. 운동선수 같지 않은 순박한 외모에 작은 체구를 가진 이재학이지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뿌리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당차다. 올시즌 막내팀 토종투수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시즌 9승을 따냈다. 단순히 승수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평균자책점이 3.04로 리그 전체 3위다. 토종투수로는 1위. 현재 두산 좌완투수 유희관과 치열한 신인왕 경쟁 중이다. 막내팀에서 이런 성적을 거뒀다는 자체 만으로도 플러스 점수가 있지만, 신인왕 레이스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려면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다.
기회는 있었다. 지난 19일 부산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조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후속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며 승리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이제 2번의 기회가 남았다. 김경문 감독은 22일 LG전을 앞두고 "이재학의 신인왕 등극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마음속으로만 간직해야 할 내용인 것 같다"며 웃어넘겼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제자를 밀어주겠다고 선언하기에는 민망한 상황. 하지만 이내 이재학 자랑에 열을 올린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1군 데뷔팀에서 외국인 선수가 10승을 거두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토종투수가 10승을 올렸다는 것은 더 대단한 일 아닌가"라고 말하며 "승수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봐야 한다. 재학이는 그동안 선발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없다. 감독으로서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처음에는 자신도 욕심을 내는 모습이 보였는데 지금은 냉철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군에서 풀시즌을 치르며 시즌 막판 힘이 떨어졌다는 이재학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시즌 전 많은 걱정을 했다. 시즌 초반 실제로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외국인 투수들보다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는 이재학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김 감독이다.
올시즌 이재학에게 남은 선발 기회는 2번. 김 감독이 "무조건 2번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로테이션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순위 경쟁 중인 상대팀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등판 일정도 이재학에 유리하게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김 감독이었다.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이재학에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