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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 도전 모비스, 우승전력 유지 약일까, 독일까

모비스의 이번 시즌을 특별하다. 챔프전 2연패에 도전한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한 팀이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달성한 건 딱 한 차례 뿐. 97~98, 98~99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KCC 전신)만이 2연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일단 전망은 밝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우승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 모두 재계약을 마쳤다. 양동근 함지훈 박구영 박종천 천대현 이지원 등 국내 선수들도 그대로다. 김시래가 빠져나갔지만 그 자리는 상무에서 전역한 김종근이 메운다. 유재학 감독은 "감독 인생에서 2년 연속 같은 외국인 선수와 함께 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반겼다. 모비스가 그동안 2연패를 차지하지 못한 이유로는 "2006~2007 시즌 우승 후에는 양동근이, 2009~2010 시즌 우승 후에는 함지훈에 군에 입대했다. 신인보강, 군 복무 등 여러 환경 때무에 한 팀이 2연패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점이 이번 시즌 2연패에 도전하는 모비스에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상대팀이 준비하고 나올 수 있다

먼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주장 양동근은 "팀 전술이나 경기 운영 측면 등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가 익숙한 느낌일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전술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힘겨운 시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 감독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부분.

'만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유 감독의 머리속에서 파생되는 전술은 수도 없지만, 결국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오는 전술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위주가 된다. 양동근은 "KGC전을 예로 들어보자. 대표팀에 오래 있었던 오세근, 박찬희 등은 내가 코트에서 작전지시를 내리면 대부분 알아차리고 동료들에게 전파한다. 감독님께서 '이런 타이밍에 이런 공격을 하시겠구나'라는 것을 직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도 변수다. 유 감독은 "미국에 오기 전 KGC와 연습경기를 했다. KGC 외국인 선수인 션 에반스와 매튜 브라이언 어매닝이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들 중 중간 수준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예년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며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보다 기량이 더 좋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신인도 마찬가지. 디펜딩챔피언 모비스는 김종규 김민구 등 촉망받는 선수들을 뽑을 가능성이 0%다. 유 감독은 "앞 순위 선수들은 좋지만 그 이후 선수들은 뽑을 선수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모비스는 모비스다

그래도 유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전술적인 부분. 유 감독은 상대가 전술을 파악한다고 해서 모두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유 감독은 "전술을 안다고 해도 막지 못하는게 농구다. 상대팀의 특정 전술을 막으려면 수도 없는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몸에 익지 않으면 분명 실수가 나온다"며 "상대팀들이 모비스 만을 바라보고 훈련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어차피 전술패는 다 꺼내놓고 경기를 하는 것이다. 모든 감독들이 경기 중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고, 또 상대가 어떤 전술을 쓸지 알고 있다. 단지, 선수들이 거기에 맞는 수비 작전을 수행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상대가 모비스의 전술 카드를 모두 읽고 나와 압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만수' 유 감독이 아니다. 모비스 특유의 조직적인 전술이 막힐 경우를 대비해 제2의 옵션까지 구상 중이다.

여기에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초반부터 완성된 조직력으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엄청난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합류시키고, 팀 개편을 진행하며 시즌 초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반대다. 다른 팀들이 시즌 전 연습경기를 통해 손발을 맞추고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친다면, 모비스는 이번 연습경기를 통해 기존의 조직력을 더욱 확실하게 다졌다. 실제로 모비스는 미국 전지훈련 연습경기 4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예년의 경우, 5할 승률을 넘긴 적이 거의 없었다고. 연습경기 심판을 본 NBA 베테랑 심판도 더욱 단단해진 모비스의 조직력을 인정했다.

LA=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