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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투수코치 '임찬규에게 미안하다' 한목소리 왜?

"(임)찬규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LG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가 한 젊은 투수에게 동시에 "미안하다"며 공개사과했다. 경기장에서 감독과 코치가 특정 선수에 대해 코멘트 하는 일, 그것도 사과를 한다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사연일까.

LG는 비로 취소된 4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엔트리 조정을 했다. 투수 임찬규와 포수 조윤준이 1군에서 말소됐고, 두 사람을 대신해 투수 유원상과 포수 윤요섭이 등록됐다. 그렇다면 김 감독과 차 코치가 왜 임찬규 만을 언급하며 미안하다고 한 것일까.

김 감독은 "찬규가 어제(3일) 고생이 많았다. 그런데 곧바로 2군에 내리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3일 한화전에서 시작부터 난조를 보인 선발 신정락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투수가 갑작스럽게 무너질 때가 감독으로서는 투수를 운용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경우. 부랴부랴 몸을 풀었지만 완전치 않은 상대로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였다. 임찬규는 이미 기세가 상대쪽으로 넘어간 가운데도 힘차게 공을 던졌고, 3⅓이닝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극적인 대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짧은 이닝 동안 실점을 한 투수가 뭐 대단하냐 할 수 있겠지만, 신정락을 상대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릴 대로 끌어올린 한화 타선이었음을 감안하면 굉장한 호투였다.

아무리 한 경기 고생을 했다해도 선수 한 명을 2군에 내리는 것으로 감독이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을 터. 자세한 설명은 차 코치가 이어갔다. 차 코치는 "찬규가 못해 2군에 내려간게 아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팀 사정 때문에 찬규가 내려갔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이럴 때 선수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사정은 이렇다. 비가 와서 취소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LG는 4일 한화전을 대비해야 했다. 그런데 불펜에 비상이 걸렸다. 3일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진 이동현과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정현욱에게 동반 휴식 명령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임찬규도 연투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2군에서 1군 복귀를 준비 중이던 유원상을 불러올려야 했다. 유원상이 오려면 엔트리 한 자리가 필요했고, 전날 24개의 공을 던졌던 임정우 보다는 69개의 공을 던져 도저히 이날 경기 등판이 불가능했던 임찬규가 엔트리에서 빠지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된 것이다. 만약, 코칭스태프가 당초 예정했던대로 유원상이 5일 넥센전을 앞두고 복귀하는 시나리오였다면, 정황상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우완투수인 임찬규와 임정우 중 한 선수를 놓고 끝까지 고민을 했을 상황이었다.

한편, 김 감독은 3일 한화전에 선발출전한 후 곧바로 2군에 내려가게 된 조윤준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이지만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이 보인다"면서 "원래 요섭이가 10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올릴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