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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α'의 유혹도 물리친 이대호의 자존심

이대호와 롯데의 1, 2차 협상이 결렬됐을 때 이대호는 "최고대우 제시에 감사하다"라고만 말했다. 구단도 "금액차가 조금 있지만 최선을 다해 성의를 표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처음 "롯데가 60억원을 갓 넘는 금액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나오던 말들도 "롯데가 도대체 얼마를 제시해 이대호를 고민케 하는 걸까"로 바뀌게 됐다. 롯데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이대호에 베팅했다. 4년 100억원. 한국 프로스포츠 연봉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돈보다 자신의 꿈을 택했다. 이대호는 협상 결렬 후 "야구선수로서의 꿈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가 100억원을 베팅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일단 이대호가 돈 때문에 롯데 잔류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기 힘들다. 당초 이대호에 러브콜을 보낸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의 돈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했지만 일본은 세금이 많고, 한국에서는 광고 수입 등 이것저것 부수입이 많기 때문에 100억원이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금액일 수 있다. 특히 '부산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모두에게 대접 받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이대호를 유혹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이대호만의 자존심이 뿌리치기 힘든 '현실적 유혹'을 이겨낸 것이다. 이대호는 늘 롯데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가 되기를 꿈꿔왔다. 기량이 절정에 올라있는 지금이 해외진출의 최고 적기라고 판단했다. 이범호, 김태균이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온 일본 무대에서 잘 정착할 경우 상징적으로 '대한민국 대표타자'의 간판을 달 수 있기에 이대호에게는 놓칠 수 없는 일생일대의 도전 기회다.

이대호는 "구단과 팬들의 사랑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다"고 했다. 최고의 성의를 표했지만 아쉽게 놓친 구단도 "이대호가 한국 최고 타자로서 자존심을 지켜주기 바란고 성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제 이대호의 야구 인생 제2의 막이 올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