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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긴급진단, 기본을 잃어버렸다

지난달 29일 개막해 13일간의 열전을 치른 제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대구상원고가 천안북일고를 꺾고 청룡기를 품에 안았다. 상원고의 마지막 우승 장면은 진한 감동을 자아냈지만 돌이켜 보면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특히 선수들의 기본기 실종에 실망감이 컸다. 기본기를 잃어버린 고교야구의 문제를 짚어본다.

▶작전수행능력 제로 "경험이 부족해요"

팀배팅으로 주자를 한루라도 더 진루시키고, 한점 한점 착실히 뽑는 게 고교야구의 정석이었다. 선수들은 번트, 밀어치기 등의 팀배팅을 통해 기본적인 실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희생번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면 왜 번트가 사라진 것일까. 북일고 이정훈 감독은 "지금 고교 선수들은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경기에 나설 기회가 적다"면서 "프로 선수들도 번트 실패 확률이 30%나 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야구를 한 고교선수들은 번트 실패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회 MVP인 상원고 투수 김성민에게 "프로에 진출하기 전 보완해야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을 던지자 주저없이 "경험"이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강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다. 진루타가 나오지 않자 전체적으로 저득점 경기들이 이어졌다. 주자를 3루에 보내놓고도 외야플라이 하나가 나오지 않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배팅 뿐 아니다. 어이없는 주루사가 매경기 나왔고, 기본적인 팀 수비 등도 많이 부족했다. 결승에서 북일고가 패한 결정적인 이유도 스퀴즈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실책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 본 한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는 "몇몇 팀은 훈련을 많이 한 티는 난다. 하지만 그런 팀 조차도 실전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고교선수들의 실전 경기수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겉멋이 들어도 너무 들었다

야구 실력 뿐 아니었다. 청룡기 대회의 캐치프라이즈는 '배움의 야구, 예절의 야구, 근검의 야구'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학생다운 자세, 검소한 복장과 장비착용, 예의바른 행동 등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교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정신적인 면 마저 기본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최근 각 팀의 선수들을 보면 한 팀당 대여섯명의 선수가 고글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물론 햇빛이 강한 낯경기에서 경기력을 위해 고글을 착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8강전이 벌어졌던 지난 9일. 태풍의 영향으로 경기장 전체에 그늘이 덮어진 가운데에도 고글을 착용한 채 외야수비에 나선 선수가 있었다. 이를 본 한 스카우트는 "햇빛도 없는데 고글을 끼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신기해했다. 이 뿐만 아니다. 햇빛에 영향을 덜 받는 내야수가 착용하지 않는 고글을 모자 위에 얹고 수비를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신세대 선수들답게 멋을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학생 신분으로 자신의 모자에 새겨진 자랑스러운 모교의 마크를 가리고 경기에 출전하는 행동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양교 감독과 구심이 경기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잠시 경기가 중단된 상황. 응원단이 틀어놓은 엠프에서 신나는 댄스곡이 나오고 있었다. 대기타석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이 선수는 하체를 흔들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감독이 경기장에 나와 심판과 얘기중인 가운데 선수가 흥겨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