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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KBO 총재후보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겠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총재로 추대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천연잔디 구장의 당위성에 공감했다.

구 회장은 총재로 추대된 이후 처음으로 4일 야구장 나들이를 했다. 장소는 목동구장. 자신의 모교인 경남고가 서울고와 제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서 맞붙자 응원을 온 것.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최근 비 때문에 많은 경기가 순연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나라에 돔구장이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의 야구인들은 돔구장보다 그 돈으로 좋은 천연잔디 구장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을 더 원하더라"고 했다. 또 "잠실이나 문학, 사직구장 정도가 그나마 좋은데 잠실구장만 해도 예전에 일본팀이 경기하러 와서 그라운드 상태를 본 뒤 못하겠다고 했다. 인조잔디나 펜스 등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조선이 선수 부상을 조장하는 인조잔디를 걷어내야 한다는 제언을 한 것<8월4일자>과 궤를 같이 하는 의견이었다.

구 회장은 경남고 경기 때는 자주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고 경기가 끝난 뒤엔 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격려를 해준다고. 이날도 4대1로 승리해 8강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고기로 회식을 시켜줬다.

의외로 소탈한 모습이었다. 경기가 진행중이던 오후 5시30분쯤 승용차를 타고 목동구장에 온 구 회장은 관계자가 중앙출입구로 안내를 했지만 한사코 사양하고 직접 표를 끊어 일반 출입구를 이용해 경기장에 들어가더니 1루측 관중석에서 경남고 원로들과 함께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편안한 노타이 차림이라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회장인지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대한야구협회 윤정현 전무이사와 이상현 사무국장이 찾아와 인사를 하고 "왜 표를 끊으셨어요?"라고 묻자 "경품으로 승용차 준다고 해서 샀어요"라고 농담을 건네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아직 해가 비치는데다 날까지 더워 땀이 흘렀지만 우산으로 해를 가리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취재진이 인사를 하자 "조용히 야구 배우러 왔습니다. 나중에 진짜 총재가 되면 그때 말하겠습니다"라며 처음엔 인터뷰를 사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를 보는 중간중간 야구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조금씩 밝혔다.

한편 LG의 고문으로 LG 경기를 자주 봤던 구 회장은 "야구는 원래 한 팀을 응원해야 재밌는데 이제 야구가 재미없어지게 됐다. 잠실구장도 못갈것 같다"며 중립적인 KBO 총재 자리를 맡는 것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을 말했다.

경남고가 승리로 경기를 마칠 무렵. 구 회장은 "아무래도 10구단 창단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겠는가"라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겠다. 그 자리(총재)가 군림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라고 한국야구를 위해 봉사할 뜻을 밝힌 뒤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지난 2일 KBO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KBO 총재로 추대된 구 회장은 총회에서 선임되면 제19대 총재로 취임하게 된다.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