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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민희진,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하이브의 봄' 절찬 상영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지난해 개봉한 천만영화 '서울의 봄'에서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광(황정민)이 한 말이다. 이 명대사가 최근 K팝 최고 기획사 하이브에서 떠오르게 한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가 감사의 명분으로 제기한 것은 '경영권 탈취'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정황이 계속해서 포착되는 모양새다.

어도어 경영진 업무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자산을 회수하고 진술 등을 확보한 하이브는 '경영권 탈취' 물증으로 최소 3개의 문건을 발견했다.

하이브가 처음으로 찾은 문건에는 민 대표가 외부에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서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문건에는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이븐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라는 문장과 내부 담당자 이름이 적시됐는데,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봤다고 풀이된다.

세 번째 문건에는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 대해서도 어도어 경영진이 본사 하이브에서 독립하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한 시도로 보고 있다. 현재 어도어는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18%, 어도어 경영진이 2%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어도어가 '하이브를 모종의 방법으로 압박'해 '하이브가 가지고 있는 80%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하겠다'는 고민을 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민 대표가 어떤 식으로 '하이브 압박' 카드를 사용했는지에 정황이 또 드러나고 있다. 민 대표의 '하이브 압박' 카드는 '뉴진스 도용'이었다. 실제 민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22일부터 '아일릿의 뉴진스 콘셉트 도용'을 주장하며 문제삼고 있다.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지난달 선보인 신인 걸그룹으로, 민 대표는 아일릿이 어도어의 인기 가수 뉴진스를 음악적 특징이나 시각적 콘셉트 등을 따라 했다는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 민 대표가 아일릿뿐만 아니라,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투어스, 자신의 전직장 SM엔터테인먼트의 라이브도 뉴진스를 베꼈는 식의 주장을 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동아는 24일 오전 '어도어가 아일릿, 투어스, 라이즈 등 신예 그룹들이 뉴진스를 모방했다는 근거 강화를 목적으로, 이들과 연관된 연예 기획사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각종 인터넷 게시판 상 여론 모니터링도 진행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어도어 경영진은 '뉴진스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어떤 의도를 품은 질문을 아일릿, 투어스, 라이즈 등 관련 레이블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시작한 것도,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사실 관계 파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사실 하이브가 처음으로 찾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정황' 문건에서도 민 대표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서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는 정황이 들어간 만큼, 민 대표의 '뉴진스 따라하기' 주장을 시작으로 하이브 내 감사팀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박지원 CEO 역시 23일 사내 공지를 통해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라며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힌 바다. 특히 "이미 일정 부분 회사 내외를 통해 확인된 내용들이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규명될 경우 회사는 책임 있는 주체들에게 명확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어도어 경영진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에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내용, 사업상 비밀 유출, 인사청탁' 등 어도어 경영진들이 저지른 비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감사 질의서를 발송한 상황이다. 해당 질의서는 오는 24일까지 시한으로 알려졌다.

만약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가 18%를 보유하고 있기에, 주주총회가 열리기만 한다면 민 대표 해임 등 경영진 교체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민 대표가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주주총회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주총회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하이브는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주주총회가 실제 열리기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민 대표는 23일 오후 기준으로 하이브가 요구한 감사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아일릿의 뉴진스 도용 문제를 제기하자, 하이브가 나를 해임하려고 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고수하는 중이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상당 부분 도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내부고발했다가 오히려 자신이 역공당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어도어의 혁명이냐, 반역이냐'로 민 대표의 내부고발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