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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어찌보면 놀랍고 늦은 일'..박찬욱 감독, '동조자' 만든 이유 (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박찬욱 감독의 시리즈이자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의 첫 협업인 '동조자'가 베일을 벗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는 HBO 시리즈 '동조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 작품.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로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남자 '캡틴' 역의 호아 쉬안데(Hoa Xuande)를 중심으로 1인 4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산드라 오 (Sandra Oh) 등이 출연하며 박찬욱 감독이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를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연출한 이유에 대해 "등장 인물을 하나하나 다 등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하나 하나를 없애지않고 다 등장시키고 매력과 개성을 다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의 애정을 받은 캐릭터는 장군과 클로드. 주인공인 대위에게 두 아버지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매력적인 서사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드라마의 한 축을 강렬하게 차지하는 '백인'의 대표적 인물로는 로다주가 합류했다. 박찬욱 감독과 로다주라는 색다른 조합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던 바. 로다주는 CIA인 클로드와 동양학 교수, 영화감독, 그리고 하원의원 등 백인 사회이자 미국 그 자체로서 '동조자'를 가득 채웠다.

박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자신이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자기가 먼저 말하더라. 원작 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어떻게 각색할지 논의하던 초창기에 떠올린 아이디어다. 소설에도 나오고, 저희 쇼에서는 3화에 등장하는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는데, 소설에서 그 장면을 어떻게 각색할지를 논의하다 깨달은 것이, 여기 등장한 한 자리에 모인 백인 남성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주변 인물들, 교수, 영화감독, CIA, 하원의원, 이런 중요한 인물들이 결국은 미국의 시스템, 자본주의, 미국이란 기관을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이 뿐이고 결국엔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각본을 써야 할지를 공동 작가와 논의하다가, 어떻게 교묘하게 대사를 쓰고 하는 것보다도 제일 효과적이면서 한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니겠는가에 생각이 미쳤다. 여러 역을 해낼 수 있는 백인, 남성, 중년 배우가 누가 있을까. 이 역을 다 합치면 등장 시간이 거의 조연이 아니다. 스크린 타임으로 주연이나 다름없다. 로버트는 TV 시리즈를 한 적도 없고, 워낙 스타니 큰 기대는 없이 일단은 보내보자고 했는데,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박찬욱 감독 역시 해당 사건에서는 외부인이었다. 박 감독은 "한국적 요소를 넣어야할 건 없지만, 베트남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거리감이 있다. 이 시대, 이 나라에 대해서 완전히 잘 알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모르지도 않는다. 세대로 보나 인종의 문제로 보나, 어느 정도 알지만 완전히 감정이입해서 동일시하는, 그래서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사람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다. 대위가 그렇게 매몰돼 있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마음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쇼 러너'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저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활용하려고 했다"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동조자'에 이어 '삼체'까지 최근 인종차별과 시대적 아픔을 다룬 작품들이 대규모 자본을 무기로 제작되는 중이다. 박 감독은 "'삼체' 같은 작품에 거대한 자본이 투자될 수 있던 것에는 시대의 영향이 필수적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미국 사회가, 서양 사회가 조금씩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속한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에서 그동안 특정 일부의 집단, 특정한 인종의 이야기만 들려왔다. 대중문화에서.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이 너무나 늦었지만, 생기고 있고, 그리고 소수집단이 점점 힘을 가지게 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있고,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경제의 논리로 보아서도 이것은 하나의 시장이 된 것이고, 그런 것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우리가 PC한 것에 대해서, 너무 그걸 따져서 피곤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예술 창작에서 그런 것이 항상 좋지만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의 노력이 이런 기획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베트남 문화나 언어에 있어서의 철저하게 그것을 수행해야 한다. 대충해서는 안 된다. 이것 대충했다가는 욕먹고 쇼가 망가진다는 인식을 거대한 HBO 같은 네트워크도 정확히 알고 있고, 저보다도 더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거기에 쓰는 돈은 절대 아끼려고 하지 않았다. 1억 몇 천만 달러짜리 쇼에 전혀 처음 보는 베트남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제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절반 이상이 베트남어로 연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어찌 보면 놀랍고, 어찌 보면 너무 늦은 그런 일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