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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일만의 아치' 스스로도 놀랐다, 동료들은 '무관심 세리머니'로 화답[인천 현장]

[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높게 뜬 공, 누구나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정작 친 선수는 보고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KIA 타이거즈 김선빈은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첫 아치.

SSG 선발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선 고효준을 상대한 김선빈은 2B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다소 애매한 바깥쪽으로 들어온 143㎞ 직구에 미련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높게 뜬 타구는 좌측 폴대로 향했고, 타구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홈런으로 연결됐다. 한참 타구를 바라보던 김선빈은 천천히 1루로 향했고, 홈런이 된 것을 확인한 뒤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홈을 밟은 뒤 벤치로 향하면서는 스스로도 놀라웠던지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면서 기쁨을 드러내기도.

김선빈이 가장 최근 홈런을 기록한 건 2022년 9월 16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지난 시즌 119겨기 타율 3할2푼(419타수 134안타), 4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39를 기록하면서도 유독 '손맛'을 보지 못했다. 장타보다는 뛰어난 콘텍트 능력을 자랑하는 그였기에 매 시즌 홈런은 '보너스'와 비슷했다.

오랜만에 손맛을 본 김선빈. 동료들은 '재치'로 화답했다. 김선빈이 이범호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팀 세리머니인 호랑이탈을 메고 더그아웃에 들어섰으나, 누구 하나 손을 내미는 이가 없었다. 동료들의 외면 속에 김선빈은 활짝 웃으며 허공에 손을 휘젓는 '무관심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선빈이 세리머니를 마치고 돌아선 뒤, 그를 외면하던 동료들은 그제서야 일제히 몰려들어 격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