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가수 오승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오승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자로, 2018년 제21회 강원전국 경서도 강원소리 경연대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실력자다. 그런 그가 '트로트의 민족'에 이어 '미스트롯3'까지 트로트 오디션에 잇달아 도전하며 새롭게 눈도장을 찍었다. 오승하는 이 극적 변화를 '운명'이라 표현했다.
국악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오승하는 야구선수 김진곤과 결혼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남편의 내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설 수 있는 무대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은 커져갔다. 결국 오승하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고백했고, 김진곤은 은퇴를 결정했다.
또 한번 '생계'라는 현실을 마주한 오승하는 당시 시작된 트로트 열풍에 주목했다. 때마침 지인 작가가 오디션 출연을 제안했고, 그렇게 '트로트의 민족'에 출전했다. 오승하는 타고난 끼와 국악에 기반을 둔 탄탄한 가창력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미션을 해결해 나가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첫 오디션 도전에 최종 15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기세를 몰아 오승하는 '미스트롯3'로 또 한번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경연은 쉽지 않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A형 독감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 너무 마른 모습에 마스터 장윤정은 "저렇게 말라갖고 노래를 부를 수 있냐"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43kg까지 살이 빠진 상태로 링거를 맞으며 1라운드에 나갔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하셔서 그 이후 살찌는 보약도 먹으며 5kg 정도 찌웠다."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오승하는 문초희 '사랑이 왔어요'로 올하트를 받으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더 노력해서 실력을 쌓은 뒤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1라운드 여파가 좀 세서 알아봐주시는 분들은 많으셨다. 또 편집되긴 했지만 김연우 마스터님이 내가 파트가 많지 않았음에도 '(정)서주 양은 파트가 많아서 잘 보였지만 거기서 한 명이 더 보였다. 오승하 씨가 보였다. 이 둘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망주'라고 해주셨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잊을 수 없는 평가였다. 그 작은 파트로 나를 다 들으셨다는 것, 나의 가능성을 보셨다는 것에 감사했다."
최근 트로트 열풍을 타고 국악에서 트로트로 전향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창작 국악팀에서 활동했던지라 가요에 새롭게 민요의 기교를 넣어 감정을 더 담는 시도를 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트로트에 국악을 넣어봤다. 내가 듣기엔 트로트스러운 감성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민요 같다고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만 얘기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든 단점만 얘기한다. 차라리 귀를 막고 내 느낌을 트로트화 시키면서 차근차근 성장하자고 결심했다. 발랄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도움이 된 것 같다."
"남편은 나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 터치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처음 '트로트의 민족'에 나갔을 때는 남편이 매니저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아버지는 원래 꿈이 트로트 가수였기 때문에 내가 오디션에 나간다고 하면 더 좋아하고 응원도 많이 해주신다. 모니터링을 하며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하시지만 뒤에서는 '나는 떨려서 못하는데 쟤는 대단하다'고 하셨다더라."
든든한 가족의 응원 속에서 오승하는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트로트의 민족' 때보다 '미스트롯3'에서는 무대가 덜 떨렸다. 전에는 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감이 컸는데 이제는 알아서 예쁘게 찍어주실 거란 걸 알기에 마음이 단단해지고 오디션에 대한 불안감도 줄었다. '트로트는 트로트답게 해야 한다'는 강박, '어떻게 해야 트로트의 맛이 나지' 하는 스트레스도 내려놓고 그냥 내 느낌대로, 내가 가진 최대한 좋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성장한 것 같다. 도전은 계속할 생각이다. 오디션 안에 모든 배움이 통합돼 있어 성장하는 발판이 된다. 쓴소리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오승하는 최근 공연전문 기획사 월드아트팩토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트로트 가수로서의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앨범 준비와 방송 활동으로 새롭게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월드아트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