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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감사합니다' 하극상 논란 이강인 환한 표정으로 입국, '불상사 없었다' 팬들 '힘내세요' 응원 세례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국민 남동생'에서 '하극상 밉상'으로 추락한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섰다. 카타르아시안컵 '탁구 게이트'가 발생한지 36일 만이다. 이강인은 19일 오후 5시13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초록색 모자에 아보카도색 후드집업을 입은 이강인은 환한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준비한 포토라인에서 15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 뒤 빠르게 이동했다. 축구협회는 당초 '이강인이 포토라인에서 90도로 인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지와 달랐다. 이강인은 축구협회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가던 발걸음을 되돌려 인사했다. 팬들은 이강인을 향해 "힘내세요"를 외쳤다. 이강인은 팬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지난달 막을 내린 아시안컵에서 '하극상 논란'을 야기했다. 요르단과의 대회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0대2로 패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 도전은 마감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이강인은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더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강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사건 당사자인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그는 '앞으로 축구 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이강인이 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모든 선수가 대표팀 선배로서, 또 나는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좋은 사람과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그는 한국 축구가 믿고 기다린 재능이다. 이강인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 등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하며 기대만큼 성장했다. 특히 이강인은 태극마크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며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아픈 경험을 했다. 이미지만 추락한 것이 아니다. 어수선한 상황 속 이강인이 찍었던 광고도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KT는 전국 대리점·판매점에 이강인이 광고 모델로 나선 시리즈 프로모션 포스터를 내렸다. '이강인 치킨'으로 유명세를 탔던 아라치 치킨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강인의 광고 영상을 내렸다.

기회는 주어졌다. 황선홍 A대표팀 임시 감독은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이강인을 불러 들였다. 황 감독은 명단 발표 직후 "이 결정은 전적으로 감독인 내가 했다.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면 위기는 다음으로 넘길 수 있다. 다음에 부른다고 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강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문제는 계속 생길 수 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감독의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18일 열린 몽펠리에와의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1 경기를 마친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19일 입국 직후 팬들께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는 수 십여 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강인을 향해 계란을 투척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현장에 나온 김채원 씨는 "제3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 아무리 외국 생활을 오래했다고 해도 선배에게 예의없이 행동한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선수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일을 키운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했다. 정영은 씨는 "잘못한 것은 잘못한거지만, 축구 선수 이강인의 축구를 좋아한다. 응원하는 마음은 변함 없을 것 같다. 선수가 사과문도 올리고, 직접 찾아가서 사과도 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한 번 더 사과할 예정이다. 이강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식 훈련 전 취재진 직접 사죄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공식기자회견 후 훈련이 진행되기 전 이강인이 미디어 앞에서 팬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