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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로 시작해 스넬로 문닫았다' SF 'Beat LA' 집념, 리드오프-3루수-에이스 모두 확보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오프시즌 뒷심을 매섭게 발휘하고 있다.

전력 보강을 위한 3대 지상 과제 중 마지막 남은 퍼즐 하나를 채워넣었다. FA 투수 최대어로 불리는 블레이크 스넬이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SPN은 19일(이하 한국시각)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에 빛나는 블레이크 스넬이 자이언츠와 2년 6200만달러(약 83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스넬이 올해 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며 '앞으로 열흘 뒤 자이언츠는 스넬의 전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고 전했다.

ESPN의 보도대로 참으로 흥미로운 계약이 아닐 수 없다.

스넬이 2년 계약을 한 이유는 그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준 구단이 없기 때문이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에 따르면 스넬은 지난 1월 뉴욕 양키스와 협상할 때 총액 2억7000만달러를 요구했다. 양키스가 처음 내민 금액은 6년 1억5000만달러. 총액 기준으로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2월 들어 양키스가 6년 1억6200만달러로 조건을 높였지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프링트레이닝이 개막하고 시범경기를 시작한 뒤에도 구단들의 반응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천하의 보라스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계약기간을 짧게 하는 대신 평균 연봉(AAV)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약 명분을 찾았다. 앞서 그의 고객 코디 벨린저와 맷 채프먼이 각각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할 때 취한 방식 그대로다.

스넬과 샌프란시스코, 양측에 모두 합리적인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스넬은 올시즌 좋은 피칭을 이어가면 다시 FA 시장에 나가 원하던 조건을 찾을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동기부여를 잔뜩 짊어진 스넬을 에이스 삼아 포스트시즌을 노리면 된다.

이런 조건을 다른 구단이라고 제시하지 않았을 리 없다. 최근 스넬과 관련해 관심을 드러낸 구단은 LA 에인절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에인절스는 마땅한 에이스 없이 10년 가까이를 버텼다. 더구나 오타니 쇼헤이마저 떠나면서 에이스가 더욱 절실해졌다. ESPN 버스터 올니 기자에 따르면, 스넬이 개인적으로 선호한 팀도 에이절스였다.

휴스턴은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 루이스 가르시아 등 주축 선발들이 전부 부상자 명단 등재가 확정됐고, 호세 우르퀴디도 지난 16일 마이너리그 등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훈련을 중단했다. 스넬이 자신의 고향인 시애틀에서 지난 16일 시뮬레이션 게임을 4이닝 소화할 때 휴스턴도 관계자를 파견했다고 한다.

나중에 입단식에서 밝히겠지만, 스넬이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밥 멜빈 감독 때문이 아닐까 한다. 멜빈 감독은 직전에 샌디에이에서 2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스넬이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해 2022년 초반까지 위장염과 사타구니 및 내전근 부상을 겪고 돌아왔을 때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막 잡은 멜빈 감독이 큰 힘이 돼줬다고 한다.

실제 스넬은 2022년 5월 복귀 후 금세 안정을 찾아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8을 마크하며 샌디에이고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난해 32경기에서 180이닝을 투구해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 234탈삼진으로 생애 두 번째 사이영상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뿐만 아니라 멜빈 감독도 스넬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근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은 "블레이크는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스넬은 엄청난 선수이고 좋은 투수"라고 밝혔다. 스넬에 보낸 러브콜이나 다름없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세 가지 약점을 모두 보완했다. 이정후를 영입함으로써 팀 타선에 부족한 정교한 컨택트 히팅과 안정적인 외야 수비를 확보했고, 채프먼을 데려와 내야진 및 타선을 강화했다. 이어 스넬과 계약해 최강 원투 펀치를 구축했다. 기존 에이스 로간 웹은 지난해 NL 사이영상 투표에서 스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ESPN은 '자이언츠는 바쁜 오프시즌을 스넬로 마감했다. 지난 7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한 번 밖에 못나간 자이언츠는 스타 파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세 차례 감독상에 빛나는 밥 멜빈 감독도 데려왔다'면서 '중견수 이정후를 영입해 리드오프를 얻었고, 호르헤 솔레어를 데려와 중심타선을 채웠다. 전 AL 사이영상 로비 레이를 트레이드해왔고, 조던 힉스를 영입해 선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최근 가장 중요했던 선수는 18일 전에 3년 5400만달러에 계약한 맷 채프먼'이라고 논평했다.

샌프란시스코가 NL 서부지구 최강 LA 다저스를 견제할 수 있는 팀으로 떠오른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