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 미겔 바르가스는 자신들이 상대한 투수가 프로 데뷔를 앞둔 2005년생 '루키'라는 걸 알고 있을까.
한국 야구의 '미래' 김택연(두산 베어스)과 황준서(한화 이글스)가 국가대표로 나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스페셜 매치에 나란히 등판해 세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4로 뒤진 6회말. 김택연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1B2S에서 시속 93.7마일(약 151㎞) 직구를 몸쪽으로 찔렀다. 에르난데스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다음 타자 아웃맨도 풀카운트에서 92.5마일(약 149km)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등판한 황준서가 바르가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시속 91마일(약 146.5㎞) 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했다.
인천고를 졸업한 우완 김택연은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장충고 출신 좌완 황준서는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택연과 황준서가 메이저리그 선수를 상대로 자기 볼을 던진 게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18세 어린 투수들의 깜짝 호투에 일본도 주목했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한국 대표팀의 18세 투수 2명이 다저스 타자를 상대해 삼진 3개를 잡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6회 네 번째 투수로 나선 2005년 6월생 김택연이 강속구를 무기로 에르난데스와 아웃맨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 관중석을 뜨겁게 달궜다'고 썼다.
이 매체는 '김택연과 황준서가 향후 국제대회에서 일본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 같다'라고 경계했다. 두 선수가 성장해 대표팀의 주축 전력이 된다면, 각종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닛폰은 아사히 TV 중계방송 해설을 한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스왈로즈 감독의 멘트를 소개했다. 일본야구 역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후루타 전 감독은 김택연에 대해 "직구가 좋다"며 놀라워했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서울시리즈'에 일본의 관심이 쏠려있다. LA 다저스에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샌디에이고에 다르빗슈와 마쓰이 유키가 있다. 20일 개막전에 다르빗슈와 오타니의 첫 맞대결이 펼쳐진다. 21일엔 '슈퍼 에이스' 야마모토가 선발로 나선다. 그의 메이저리그 공식 데뷔전이다. 일본인 선수의 소속팀과 한국팀과의 스페셜 매치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김택연은 이미 일본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3일 후쿠오카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스페셜 매치에서 네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2루에 등판해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웠다. 5회말에는 구리하라 료야를 우익수 뜬공, 이마미야 겐타를 3루수 땅볼, 이노우에 도모야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세 차례 홈런왕에 올랐던 야마카와는 김택연이 18세 고졸 신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바깥쪽 직구의 회전이 굉장히 좋았다. 아주 좋은 투수다"라고 칭찬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