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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예우? 홀대?'…봉준호 '미키17', 2025년 '韓 설 개봉' 강조한 워너의 의뭉스러운 속내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봉준호 감독을 향한 예우일까? 아니면 홀대일까? '기생충'(19) 이후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받는 '미키 17'(가제)이 마침내 오는 2025년 1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확정했다.

워너브러더스는 14일 국내 언론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 대한 개봉일을 발표하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초 워너브러더스는 지난해 '미키 17'에 대해 올해 3월 29일 북미 개봉을 발표했지만 할리우드 대규모 파업을 이유로 올해 초 3월 개봉을 취소해 전 세계 많은 팬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이번엔 '미키 17'의 개봉일에 대해 1년이 연기된 내년 1월 28일, 북미 개봉이 아닌 국내 선개봉으로 태도를 바꿔 눈길을 끌었다. 북미에서는 내년 1월 31일 개봉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첫 워너브러더스 작품이자 한국 영화 최초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차기작 '미키 17'은 얼음 세계 니플헤임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파견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에드워드 애쉬튼 작가의 2022년 발간된 소설 '미키 7'을 각색한 이 작품은 플랜 B의 디디 가드너와 제레미 클라이너, 봉준호 감독의 제작사 오프스크린 그리고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의 최두호 프로듀서가 제작에 나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에겐 넷플릭스 영화 '옥자'(17) 이후 두 번째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자본으로 만드는 블록버스터다.

봉준호 감독과 워너브러더스의 만남인 만큼 캐스팅도 화려하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등극한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 17'의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고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13) '옥자'를 함께하며 뮤즈로 떠오른 틸다 스윈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로 글로벌 인기를 끈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했다. 여기에 '미키 17'은 IMAX를 포함해, 4DX, Dolby, ScreenX 등 다양한 특수 포맷의 상영 계획도 밝혀 극장형 영화임을 강조하며 전 세계 씨네필의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많은 궁금증을 낳았던 '미키 17' 행방. 무엇보다 워너브러더스는 '미키 17'에 전 세계 와이드 릴리즈보다 앞선 '한국 설 연휴 선개봉'을 유독 강조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앤드류 크립스 워너브러더스 모션 픽쳐 그룹 해외 배급 사장은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과 비전, 크리에이티브는 언제나 관객의 예상 저 너머로 우리를 데려간다. '미키 17' 또한 독창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유머, 뛰어난 프로덕션 퀄리티로 모두를 놀라게 할 것이다"며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모국인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영화를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워너브러더스 전 직원은 모두 '미키 17'을 한국에서 먼저 선보인 후 전 세계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설레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개봉일 발표와 함께 티저 예고편 및 티저 포스터 공개를 더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번 '미키 17'은 티저 예고편과 티저 포스터를 공개하지 않고 오직 개봉일 발표에만 집중한 모습을 보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워너브러더스 사장의 코멘트를 덧붙이며 기승전 '한국 설날 선개봉'을 강조했다.

설날 개봉은 한국 극장 시장에 중요한 성수기 중 하나다. 워너브러더스는 내년 설날 대작으로 일찌감치 '미키 17' 개봉을 못 박으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흥행 기대를 방증했고 덩달아 한국 관객들도 올해 '미키 17'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접고 다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또한 워너브러더스가 재차 언급한 봉준호 감독 '모국' 예우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미키 17' 개봉을 두고 해외에서는 한국과 다른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외에서 1월 개봉은 한국 설 연휴 특수와 관련이 없고 심지어 할리우드에서는 1월 극장가가 전통적인 비수기 시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제작 예산 1억5000만달러(약 1975억원)가 투입된 SF 블록버스터 '미키 17'이 저예산 영화들이 주로 선보이는 1월 극장에 개봉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워너브러더스가 봉준호 감독을 홀대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시선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어티도 지난달 워너브러더스가 '미키 17'에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전하기도 했다. 버라이어티는 내부 소식통을 통해 '미키 17'의 개봉 연기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 워너브러더스가 다른 신작에 비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시큰둥'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힌 것. 이를 의식한 워너브러더스가 대변인을 통해 "물론 그 영화('미키 17')에 열광하고 있다"고 뒷수습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올해 5월 열리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키 17'을 선보이려 준비했지만 이 역시 워너브러더스의 개봉일 연기로 칸영화제 출품이 무산되는 등 봉준호 감독과 워너브러더스 사이 온도 차가 뜨뜻미지근하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완성된 '미키 17'은 개봉에 앞서 테스트 시사를 진행했는데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임에도 워너브러더스가 '미키 17'에 공을 들이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의 모국 예우를 위한 워너브러더스의 배려일지, 혹은 '기생충' 프리미엄이 실증난 워너브러더스의 홀대일지 무려 1년을 묵히게 된 '미키 17'을 향한 궁금증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