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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2관왕'의 숨은공신 성지현 코치의 비하인드스토리…''몰카놀이', '오늘의 추천곡'으로 다독여주었죠'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몰카 놀이'도 했어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국민 스타로 떠오른 선수 중 대표적인 이는 배드민턴 안세영(21·삼성생명)이다. 여자단식 결승에서 눈물겨운 부상투혼으로 큰 감동을 준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 사상 29년 만에 '여자단식+단체' 2관왕의 쾌거도 안겨줬다.

안세영의 이런 영광은 든든한 숨은 조력자, 성지현 코치(32)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년 초 대표팀 여자단식 코치로 부임한 성 코치는 동행 1년여 만에 안세영의 '황금 2023년'을 만들고 있다.

그런 성 코치가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며 안세영이 2관왕에 이르기까지 비하인드스토리를 소개했다. 성 코치는 "진짜 위기는 단체전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다"고 돌아봤다. 배드민턴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을 실시하는데, 안세영이 약체 몰디브와의 단체전 첫 경기 전부터 불안감을 호소했다.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에 눌려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성 코치는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신, '선생님'이 아닌 대표팀 한솥밥 시절 룸메이트였던 '언니'로 돌아가 안세영을 보듬었다. "첫경기를 승리하고 난 뒤 위기 극복 안도감 때문인지 세영이가 이후 승승장구했다"며 성 코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단체전 우승 이후 개인전 16강까지 잘 가다가 안세영이 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성 코치는 어떻게 해서든 평온을 주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익살스러운 에피소드, '몰카 놀이'다. 단식 8강전을 치르기 전 아침,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안세영이 이어폰을 꽂은 채 '멍'을 때리며 걷더란다. 처음 나들이 나온 아기 마냥 길가 화단의 꽃, 나무 등을 관찰하느라 정신이 팔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다는 것. 우연히 뒤따르다가 이를 발견한 성 코치는 휴대폰 카메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몰카'로 촬영했다. 나중에 성 코치가 영상을 보여주며 놀리자 '깔깔깔' 웃음을 되찾은 안세영, "왜 이렇게 멍때리고 있었니?"라는 성 코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초록색, 자연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서요."

성 코치는 "기분좋게 8강전을 통과한 다음날, 세영이가 '이번에는 몰카에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듯 정신 바짝 차린 표정으로 코칭스태프를 먼저 기다리고 있더라"며 "세영이가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고 회고했다.

'오늘의 추천곡'도 둘만의 긴장 해소 비법이었다. 서로 추천곡을 공유하며 대회의 부담감을 잠깐이나마 잊어버리고자 한 것이다. 결승전 전날 안세영이 성 코치에게 추천한 곡은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다. 노래 가사대로 안세영은 걱정을 이겨내고 배드민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결승전 부상투혼으로 마지막 고비를 만났을 당시, 성 코치는 어떻게 안세영을 다독였을까. 성 코치는 안세영이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자기소개서에서 '주특기' 작성란에 엉뚱하게도 '잘뛰기'라고 적었던 일을 떠올렸다. "세영아, 너는 주특기가 있잖아. 죽도록 힘들었던 체력훈련도 극복했잖아"라고 격려했던 성 코치는 "상대가 잘 뛰지 못하니 클리어나 드롭샷 등 길게 쳐서 체력을 고갈시키자"고 전술 변경을 했고, 정확히 적중했다. 성 코치는 "우승을 확정한 뒤 나도 울고 싶었는데 세영이가 너무 울어 다독여주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뒤늦게 울컥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