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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싣고 달리는 '차량용 헬스케어', 마음도 어루만지다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위해 개발된 차량용 헬스케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반영해 사고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건강상태 체크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

최근 글로벌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용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운전자 생체신호 분석 통합제어기인 '스마트캐빈'이 대표적이다. 4개의 센서가 운전자의 자세와 심박, 뇌파 등 생체신호를 감지해 관련 정보를 제어기에 전달하면, 제어기가 이를 바탕으로 위험 상황을 판단해 내비게이션이나, 클러스터 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경고를 주는 방식이다.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차량 내부의 온습도나 이산화탄소 수치까지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같은 차량 헬스케어 시스템을 심리 상담에도 적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7일 뇌파 기반 헬스케어 기술 '엠브레인'의 디자인과 착용감을 개선해 전국 6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엠브레인은 뇌파 신호 분석을 통해 버스, 물류 운송 등 상용차 운전자의 졸음 운전이나 전방 주시 태만 등 부주의 상황에 경고 신호를 줘 사고를 저감하는 기술로 개발됐는데, 이를 아동 상담에 활용한다는 것. 뇌파를 통해 드러나는 스트레스, 불안 등 심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상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뇌파 기반 기술을 운전자의 안전 사고 예방은 물론 아동 심리 상담 등에 적용해 활용 범위를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엠브레인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사업인 '힐스 온 휠스' 아이케어카의 디지털 테라피 핵심이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개발한 엠브레인 2세대 모델은 지난 1월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 역시 'CES 2023'에서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운전 지원 솔루션 '레디 케어(Ready Care)'를 선보였다. 카메라와 센서로 운전자의 표정, 시선, 눈을 뜬 정도 등을 파악해 운전자의 시야와 인지 능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필요에 따라 경고 메시지, 음향, 조명, 공조 장치 등을 자동으로 조작한다. 또한 운전자의 스트레스 요인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경로를 제안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헬스케어 시스템 도입도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달 선보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실내 온도, 조명, 음악, 시트 등을 유기적으로 조절하는 '에너자이징 컴포트'(ENERGIZING COMFORT)와 '에너자이징 코치'(ENERGIZING COACH)를 제공한다. 에너자이징 컴포트에는 메스꺼움, 두통, 구토 등 멀미 증상 완화를 돕는 멀미 예방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프로그램 작동시 앞좌석 시트 각도 및 쿠션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필요에 따라 외기 순환모드로 전환돼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토요타와 BMW도 스티어링 휠에 심박 측정 센서를 탑재했다.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자동 감속 및 정차를 유도하거나, 휴식 및 의료조치 알림 기능을 활성화하도록 했다. 포드의 경우 심전도 센서가 장착된 운전자 시트를 통해 운전자의 블랙아웃 상황이 생기더라도 차량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차량용 헬스케어 시스템은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그 궤도를 함께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전을 위한 졸음 및 멀미 예방, 스트레스 관리, 음주운전 차단은 물론,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셀프 메디케이션(개인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것)' 트렌드에 따라 일상에서의 '자가진단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는 2019년 11억8000만 달러 수준이던 전 세계 자동차 헬스케어 시스템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 108억70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헬스케어 시스템은 자율주행과 함께 혁신 기술 연구 개발 역량이 집중되는 분야 중 하나"라면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고령운전자 사고 예방과도 맞물려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