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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보자' 던 슬롯 감독, 결국 페예노르트 남는다 '1년 재계약 확정'[오피셜]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 아르네 슬롯 감독이 페례노르트에 남는다.

페예노르트는 26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슬롯 감독과 연장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1년 연장이다. 구단은 '페예노르트 클럽 역사상 16번째 타이틀을 안긴 슬롯 감독은 2026년까지 팀에 남는다'고 했다. 슬롯 감독은 "여기서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페예노르트와 함께 멋진 시즌을 보냈다. 그동안 노력의 보상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더욱 발전하고 싶다. 유럽챔피언스리그도 치러야 하고, 우승 타이틀도 지켜야 한다. 페예노르트에 남는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당초만 하더라도 슬롯 감독은 토트넘행이 유력했다. 복수의 영국 매체는 ' 토트넘이 슬롯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제안을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속보로 '슬롯의 대리인이 페예노르트에 토트넘과의 협상 사실을 전했다'고 했다. 아직 공식 제안을 하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이번 주말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슬롯 감독과 본격적인 협상을 할 공산이 커보였다.

알려진대로 토트넘은 새로운 감독을 찾았다. 토트넘은 지난 3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콘테 감독은 지난해 토트넘을 유럽챔피언스리그로 이끌었지만, 올 시즌 이반 페리시치를 중용한 전술 등을 고집하며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후 콘테 감독의 오른팔이었던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가 대행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스텔리니 대행 역시 뉴캐슬에 1대6 충격패를 당하며, 쫓겨나듯 팀을 떠났다. 토트넘은 과거 팀을 이끌었던 라이언 메이슨 코치에게 대행의 대행 자리를 맡겼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진출도 사실상 어려워졌을 정도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새로운 사령탑에 총력을 기울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을 비롯해, 율리안 나겔스만 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턴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파비오 파라티치 단장이 징계를 받은 후 팀을 떠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마저 사실상 좌절되며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토트넘이 원하는 명장은 좀처럼 토트넘행을 원치 않았다. 가장 유력했던 후보였던 나겔스만 감독은 선수 영입권과 단장 선임권 등을 원하며, 전격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새로운 후보를 찾은 토트넘의 선택은 슬롯 감독이었다. 슬롯 감독은 올 시즌 페예노르트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지도자 경력 11년차의 슬롯 감독은 페예노르트 부임 첫 해 리그 3위,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일궈냈다. 특히 과감한 압박을 중심으로 한 유연하고도 공격적인 전술 구사 능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네덜란드 내에서는 맨유로 떠나 능력을 과시한 에릭 텐 하흐 감독에 빗대 '제2의 텐 하흐'라는 별명을 얻었다. 펩 과르디올라식 공격축구를 선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팀들의 주목을 받은 슬롯 감독은 일찌감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대한 야망을 보였다. 그는 "EPL은 세계 최고의 리그"리며 "지난 겨울 리즈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한다. 페예노르트에 남을수도, 떠날 수도 있다. 내가 떠나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른 구단과 이야기하는 것은 축구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별을 암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말을 맺지 못했다. 슬롯 감독이 페예노르트에 남겠다는 뜻을 전했다. 슬롯 감독은 네덜란드 알헤민 다그블라드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클럽들이 내게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페예노르트에 남아 지난 2시즌간 쌓아온 기반을 계속 다지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이적 논의는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제의 논의는 오로지 계약 연장 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 페예노르트에서의 새 시즌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토트넘 이적설을 일축한 것이다.

문제는 돈이었다. 슬롯 감독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만큼, 토트넘이 슬롯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페예노르트에 600만파운드, 약 100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일종의 바이아웃 금액이다. 이 보다 금액이 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짠돌이' 다니엘 레비 회장은 감독에게 이 정도 보상금을 쓰는 것에 대해 주저했다. 당초만 하더라도 레비 회장이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풋볼런던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1년 당시 아약스 감독이었던 텐 하흐 감독을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토트넘은 조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후 새로운 감독을 찾았는데, 그때 텐 하흐 감독이 후보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텐 하흐 감독은 아약스를 이끌며, 토트넘과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엄청난 명승부를 연출한 바 있다. 텐 하흐 감독은 맨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슬롯 감독에 대한 현지 평가도 좋았다. 데일리메일은 '슬롯은 공격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축구를 다시 토트넘에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슬롯은 선수들의 심리 파악에 능한 현대적인 지도자다. 빠르게 팀을 만들며 선수들간의 유대감 형성에 능하다. 선수들 역시 그를 좋아한다'며 '슬롯은 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영어 역시 훌륭하다'고 했다.

슬롯 감독은 자신의 사단은 물론 애제자까지 데려오겠다는 뜻을 전할 정도로, 토트넘행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결말은 페예노르트 잔류였다. 일각에서는 슬롯 감독이 좋은 조건에서 재계약을 위해 토트넘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토트넘이 여전히 새로운 감독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클럽 대항전 출전이 어려운 만큼, 명장급이 토트넘에 올 공산은 크지 않다. 돈까지 쓰지 않으면 더더욱 어렵다. 토트넘은 콘테 감독을 영입하기 전, 감독 찾기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 시즌 손흥민과 함께 할 새로운 스승은 도통 윤곽이 보이지 않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