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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하지 않은 세입자…한전, 전신주 집 짓는 까치와 전쟁중


충북본부, 1∼3월 8천개 둥지 제거…해결책 없어 '골칫거리'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은 매년 봄철이면 전신주 위의 까치집을 헐어내느라 곤욕을 치른다.
산란기가 2∼5월이다 보니 까치는 봄이 되기 전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전신주 위의 둥지가 정전 사고 원인이 되다 보니 한전 직원들은 제거 작업을 하느라 매일 같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8일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에서는 한전 충북본부 직원들이 고소작업차를 이용, 전신주의 까치집을 제거했다.
고소차 버킷에 올라탄 직원은 2m 길이의 절연 스틱을 들고 전신주 변압기 사이에 자리 잡은 까치집을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제거작업 시간은 10분 남짓이지만 하루 종일 도심 곳곳의 까치집을 헐어내다 보니 진이 빠지기 일쑤다.
권용민 충북본부 운영실장은 "이맘때면 한 팀이 하루 100번 이상의 까치집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다"며 "헐어내도 같은 곳에 둥지를 또 짓기 때문에 매년 되돌이표처럼 작업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까치는 둥지를 지을 때 주로 나뭇가지, 철사, 쇠붙이 등을 사용한다.
장영삼 충북본부 배전운영부 차장은 "비 온 뒤 젖은 나뭇가지나 철사, 쇠붙이 등이 전선과 접촉하면서 정전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3일 오전 2시 20분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일대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968가구가 1시간 30분간 불편을 겪기도 했다.
올해 1∼3월 도내에서는 까치집으로 인해 3건의 정전 사고가 났다.



충북본부는 매년 특별기간(1∼5월)을 정해 까치집 제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장 차장은 "국민에게 큰 피해가 가는 정전 사고가 예방하기 위해 전신주를 일일이 돌면서 둥지를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3개월간 헐어낸 둥지만 해도 7천937개에 달한다. 한 해 평균으로 봤을 때는 1만개 이상 된다.
매년 까치집 철거 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성하철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는 "까치 입장에서는 구조물이 평평하고 높이가 적당한 전신주가 둥지를 트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전신주를 대체할만한 장소가 없다는 점에서 까치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vodcast@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