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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이어 차준환까지' 세계선수권 남녀 동반 메달,한국 피겨 '전성시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피겨가 새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22·고려대)이 새 역사를 썼다. 차준환은 25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105.65점, 예술 점수(PCS) 90.74점으로 합계 196.39점을 받았다. 23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인 99.64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하며 총점 296.03점으로 최종 2위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차준환이 처음이다. 금메달은 301.14점을 기록한 일본의 우노 쇼마가 땄다. 그는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했다.

24일에는 이해인(17·세화여고)이 쾌거를 이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73.62점과 프리스케이팅 147.32점을 합한 총점 220.94점으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224.61점)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남녀 동반 입상'이라는 한국 피겨사의 신기원을 이뤄냈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포디움에 오른 것은 '피겨여왕' 김연아 뿐이었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김연아가 2013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국 피겨는 세계선수권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여자 싱글에서 유 영(19·수리고)이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물론 이번 대회에 피겨 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준환과 이해인은 완성도 높은 연기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차준환이 기록한 296.03점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쇼마(293점) 보다 높은 점수다. 당시 차준환은 182.87점이었다. 이해인도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2009년 김연아 이후 14년만에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당당히 은메달까지 차지했다.

'김연아 원맨쇼'에 의존했던 한국 피겨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여자부에서 이해인 외에 시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을 목에 건 김예림(단국대) 등 '연아 키즈'들이 갈수록 경쟁력을 보이며,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고, 여자부에 밀렸던 남자부에서도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여기에 지난달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의 신지아, 아이스댄스의 임해나-취안예 조가 나란히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두 달 사이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만 4팀이 탄생한 것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 피겨가 봄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역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피겨는 개인종목인만큼 경제적 출혈이 상당하다. 실제 경제적 이유로 꿈을 접는 유망주들이 제법 된다.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수다. 지난해 한 달여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시행한 피겨 국가대표 합동훈련 정례화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시 여러 선수가 훈련에만 집중하며 만족해했다. 김예림은 지난해 그랑프리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진천선수촌 합숙 훈련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며 "특히 이동 시간이 줄어들면서 휴식 시간을 확보해 추가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