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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부익부 빈익빈 심각'…日애니 독식 된 극장가, '기본 100만' 옛말된 韓영화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극장가가 양극화 현상으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심상치 않게 불어온 일본 애니메이션 광풍이 무려 4개월째 이어지면서 승승장구 중이지만 지난해 겨울부터 맥을 못 춘 한국 영화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기본 100만'은 먹고 들어갔던 한국 영화의 위풍당당 기세가 아득해질 정도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21일 5만7963명을 동원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누적 관객수는 207만2017명으로 흥행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잇는 일본 차세대 애니메이션 흥행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4년 만에 신작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감성 그림체와 재난·환경을 다룬 묵직한 메시지의 집약체로 지난 8일이었던 개봉 첫날부터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차고 있다. 첫날 14만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6일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했고 여기에 13일 차 200만 기록까지 단숨에 점령했다. 개봉 3주 차를 맞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예매율 역시 40%에 육박하며 흔들림 없는 흥행 기세를 유지, 300만 돌파를 향해 진격 중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수입·배급한 강상욱 미디어캐슬 대표는 본지에 "'스즈메의 문단속'은 기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층도 흥행을 이끌었지만 특별히 이번 작품은 감독의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놀랐다. 311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현실적인 내용과 전작보다 더 커진 액션 스케일이 일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작법처럼 지루할 틈 없이 텐션이 이어지는 대목이 이번 흥행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최근들어 일본 애니메이션이 사랑받고 있는데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다. 최근에 그 부분이 부각된 이유가 다양한 플랫폼이 꺼내는 다양한 콘텐츠의 약진과 극장 티켓값 상승으로 관객이 전보다 더 영화를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 혹은 '내가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감독, 장르'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 한국 영화가 위축됐다기 보다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극장가 박스오피스 2위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는 같은 날 8556명(누적 417만3006명)을 모아 2위에 머물렀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57%의 매출 점유율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8.5%의 점유율로 큰 격차를 보였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지난 1월에 개봉해 무려 3개월째 개봉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점유율 격차가 사실상 의미 없는 셈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스즈메의 문단속' 못지않은 흥행 저력을 오랫동안 과시하고 있는 중.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광풍의 시작이 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90년대 만화계를 뜨겁게 달군 '슬램덩크' 완결 이후 26년 만에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TV 버전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처 다루지 않았던 최종 보스 산왕공고와의 인터하이 32강전을 영상화해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4일 만에 100만, 29일 만에 200만, 44일 만에 300만, 68일 만에 400만 기록을 넘어섰다. 그동안 역대 일본 영화 국내 흥행 1위를 지켰던 '너의 이름은.'(16,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379만명 기록마저 뛰어넘은 '역대급' 흥행 광풍으로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개월 가까이 최장기간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측 관계자는 "원작자가 직접 연출해냈기에 가능한 탄탄한 서사와 캐릭터들의 매력을 기본으로 3040 관객을 넘어서 1020까지 넓게 팬층이 형성됐다. 오랜 기간 작품을 기다렸던 팬들의 추억과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디테일한 경기 장면, 자막에 이어 더빙까지 앙상블을 이루며 관객의 N차 관람을 유도해 큰 흥행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동안 한국 영화는 비통 그 자체다. 3월 극장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가까스로 자리 잡은 한국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한 청춘 로맨스 영화 '소울메이트'(민용근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앤드마크 스튜디오 제작)와 1일 개봉한 범죄 영화 '대외비'(이원태 감독, 트윈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작)가 전부다.

두 작품 모두 '스즈메의 문단속'과 동시기 개봉했음에도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채 못 넘기고 있다. 그나마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열연을 펼쳐 화제를 모은 이성민 덕분에 입소문을 얻은 '대외비'가 75만명의 누적 관객수를 끌어모았지만 '소울메이트'는 개봉 2주 차 흥행 3위, 누적 13만명에 그치며 안타까운 스코어를 보인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영화의 양극화 현상이 계속되자 한 제작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이러다 한국 영화가 모두 사장(死藏)될까 두렵다"며 말했다. 그는 "너무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장르, 똑같은 스토리, 똑같은 캐스팅 반복의 연속이니 당연히 한국 영화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영화계에서는 요즘 '1000만은 바라지도 않으니 100만이라도 넘겼으면 좋겠다'라는 애끓는 소리가 들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몇 달째 흥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400만 돌파도 거뜬하게 해내고 있는데 신뢰를 잃은 한국 영화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