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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타자의 고민…'공격력 강화' 꿈꾸는 멀티 포지션, 약인가 독인가 [SC초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포지션의 유연한 운용은 모든 사령탑의 꿈이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감독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다만 모두가 김혜성이나 에드먼이 될 수는 없다. 2023시즌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의 고민이다.

래리 서튼 감독은 2021년 1군 부임 직후부터 선수들에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주문해왔다. 특히 내야의 이학주와 박승욱, 김민수는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는 '슈퍼 유틸리티'를 요구받고 있다.

내외야를 모두 커버하는 선수도 있다. 고승민은 우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 맡는다. 윤동희는 외야 전 포지션과 3루, 유격수를 모두 훈련받고 있다.

그런데 윤동희와 고승민은 경우가 다르다. 서튼 감독은 윤동희에 대해 "개막 엔트리 진입이 확정되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출전기회를 받을 수 있다. 이미 퓨처스에선 타율 3할1푼 6홈런을 기록하며 인정받은 그다.

반면 고승민은 이미 주전이자 팀 타선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선수다. 군제대 후 치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후반기 4할타자(타율 4할1푼4리, 128타수 53안타)로 거듭나며 구단의 기대치를 증명했다. 향후 한동희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 주축이다.

2019년 데뷔 당시에는 2루수였다. 하지만 1m89 큰 체격에 매서운 스윙과 남다른 손목 힘을 지닌 고승민에게 구단은 외야 전향을 권했다.

지난해 수비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래도 우익수 한 포지션에 전념한 덕에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두루 지녔기에 잠재력은 충분했다.

고승민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1루 훈련을 조금씩 받았고,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본격화됐다. 이대호가 떠나면서 롯데 1루는 주인이 없다. 베테랑 정 훈과 전준우, 안치홍을 비롯해 중견 김주현, 젊은 고승민 한동희까지 1루 훈련을 소화했다. 현 상화에선 고승민과 정 훈이 번갈아 맡을 가능성이 높다.

2루수 시절 푸트워크나 글러브질은 호평받았던 고승민이다. 하지만 1루수로서의 포구는 또다른 문제다. 또한 외야에서 자신의 수비에 집중할 수 있는 우익수와 달리 내외야 전반을 누비며 커트맨부터 뒷커버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하는 1루수의 역할도 만만찮다.

롯데 내외야 전반의 안정감도 관건이다. 3루수 한동희, 유격수 노진혁, 2루수 안치홍 모두 정면타구에는 강하지만,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들은 아니다. 한동희의 경우 지난해까지 송구에 아쉬움이 컸던 선수다. 또한 고승민이 1루로 올 경우 외야를 이룰 황성빈-안권수-렉스 중 강한 어깨를 지닌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어깨가 강하고, 외야 한자리로 거론되는 윤동희나 김민석은 '초보' 외야수들이다.

서튼 감독은 "아직 경험이 부족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승민 개인의 경험 뿐 아니라, 수비진 전반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롯데의 '멀티'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