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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번호와 오전훈련' 클린스만 사단과 국대 선수들, 썸타는 중입니다

[파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클린스만 사단과 국가대표 선수들은 남녀가 '썸'을 타듯,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3월 친선 A매치에 대비해 20일 파주NFC에 입소한 선수단은 21일 오전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신예 공격수 오현규(셀틱) 등이 합류한 가운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훈련복에서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훈련복 상의 오른쪽 상단에 적힌 번호다. 손흥민의 가슴엔 7번, 김영권(울산)의 옷엔 19번이 새겨져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당시의 등번호를 그대로 부착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관계자는 "탈부착이 가능한 스티커를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슴번호'를 단 이유는 하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은 함께 훈련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완벽하게 매칭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카타르월드컵 당시의 등번호를 가슴에 달아 '8번 백승호'를 머릿속에 주입하는 것이다. 빠른 적응을 위한 클린스만 사단의 아이디어다.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멤버를 그대로 발탁했지만, 아직 선수단의 등번호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가슴번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오현규의 번호가 노출(?)됐다. 등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예비선수로 월드컵을 경험했던 오현규는 26번을 달았다. 기존 26번 송민규(전북)는 24번으로 옮겼다.

선수들도 클린스만 사단의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중이다. 지난 4년간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본 훈련을 오후에 진행했던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이 20일 공표한대로 이날 낯선 오전 훈련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개인적으로 오전 훈련을 선호한다. 잠이 부족하면 오후에 부족한 잠을 자면 된다.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며 반겼다.

이날 훈련은 언론에 초반 15분밖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훈련 시간대는 물론 훈련 방식도 달라졌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감독은 자기만의 고유한 훈련 루틴, 시스템을 보유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훈련 방식을 좇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선수들은 달라진 코치진에도 적응해야 한다. 벤투 사단(벤투, 세르지우 코스타, 필리페 쿠엘류, 비토르 실베스트레)은 2018년 부임 당시 평균 연령 41.75세였다. 클린스만 사단(클린스만,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파올로 스트링가라, 안드레아스 쾨프케)은 그보다 17세 높은 59세다. 쾨프케 골키퍼 코치는 지난달 손주를 품에 안았다. 코치진의 풍부한 연륜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은 "많은 정보와 경험을 선수들에게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호가 출항한지 아직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표팀에는 기분좋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현규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내 장점,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