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희망→좌절 지켜본 아내의 응원…'이적 대신 은퇴' 3주차 새신랑의 속내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직구장에서 유격수로 뛰는게 평생의 꿈이었는데…투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배성근(28)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이한 선수답지 않았다.

2014년 입단 이래 9년간 정들었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롯데 구단은 2023시즌 배성근의 연봉으로 지난해 대비 200만원 삭감된 400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배성근의 선택은 달랐다.

지난 14일 결혼, 3주차 새신랑이다. 아내는 2020년 배성근과 교제를 시작한 이래 그의 희망과 좌절, 방황, 투수 전향까지 옆에서 지켜본 인생의 반려자다.

"(아내가)좀 당황하긴 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제가 힘들어하는 걸 봐왔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대요. 제가 꿈틀꿈틀할 때 만나서, 여러가지 일을 함께 겪었잖아요? 결혼이 제 미래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계기가 된 건 맞아요."

점점 팀내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느꼈다. 오윤석 김준태(이상 KT 위즈)처럼 타 팀 이적을 노크할 수도 있었다.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내야수를 마다할 팀은 없다.

하지만 이적 대신 은퇴로 마음을 굳혔다. "사직구장, 자이언츠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부산 야구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뛰는 게 평생의 꿈이자 자부심이었고, 그 목표를 이루고자 피땀흘려 노력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1군의 벽은 높았다.

자이언츠의 품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투수로 전향했다. 최고 148㎞ 직구를 던져 구위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팀 선배 손승락(KIA 타이거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처럼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투수의 성공 사례를 꿈꾸기도 했다.

"나름의 발버둥이었어요. 나중에 후회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그런데 즐겁지 않았어요. '난 역시 유격수구나' 싶었죠. 투수로 1년 1년, 프로 인생을 연명하는 건 스스로에게도 팀에도 긍정적인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더이상 야구를 하고픈 마음은 없다. 배성근은 "그럴 거면 선수로 더 뛰는 게 낫지 않나요"라며 웃은 뒤 "새롭게 도전하고픈 분야가 생겼어요"라고 했다.

떠나는 뒷모습마저 아름답다. 배성근은 롯데 2군 선수들을 위해 1000만원 상당을 기부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픈 마음이다.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요. 배트 하나, 장비 하나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현실을 잘 압니다.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고, 구단에 대한 감사함도 있어요. 팬들이 주신 관심과 사랑도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돕는다는게 꼭 돈이 많아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두번째 인생에선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보다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

SNS에도 팬들을 향한 작별인사를 남겼다. 그는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겠다. 많이 부족했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구단과 팀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한편 "저도 이제 같은 팬의 입장에서 항상 응원하겠다. 관심과 사랑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베풀며 사는 사람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