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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가 쏜 메타버스 걸그룹, '소녀리버스'-메이브가 받을까[SC초점]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메타버스' 광풍이다.

메타버스는 쉽게 말해 3차원 가상세계라고 볼 수 있다.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나 분신 등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게 특징이다. 이 메타버스 세계관이 K팝에 스며들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단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에스파다. 에스파는 2020년 11월 데뷔, '메타버스 걸그룹'이란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블랙맘바' '넥스트 레벨' '새비지' '걸스'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걸스'는 첫 주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 역대 걸그룹 초동 1위 기록을 세우며 걸그룹 초동 100만장 시대를 열었다.

이뿐만 아니다.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에스파는 지난해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현지활동을 전개했다.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 와 'GMA 서머 콘서트'에 초대됐고 '굿모닝 아메리카'를 비롯한 유명 토크쇼에 출연했다. 특히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UN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미국 타임지 선정 '2022 넥스트 제너레이션 리더스'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에스파가 쏘아올린 메타버스 걸그룹의 배턴을 이어받기 위한 후발주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에스파가 실존 멤버와 가상 세계인 '광야'의 아바타가 서로 소통하며 공존하는 콘셉트를 차용했다면, 아예 본격적인 버추얼 걸그룹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게임사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5일 4인조 걸그룹 메이브를 론칭했다. 메이브는 감정을 잃어버린 미래세계에서 자유를 찾아 21세기 메타버스로 온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로 구성됐다.

K팝 웹3.0 스타트업 모드하우스는 24인조 K팝 걸그룹 트리플에스를 선보였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이 기획사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일방향 팀이라면, 트리플에스는 팬들이 기획에 참여하는 쌍방향 형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팬들은 NFT 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포토카드를 활용해 그래비티 투표에 참여, 유닛 그룹 멤버를 직접 선발할 수도 있다.

제페토 플랫폼에서 태어난 버추얼 뮤지션 벌스데이도 있다. 하이안 프레이 연 에이미문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으로 MZ세대를 타깃으로 SNS상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관은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전에도 '부캐전성시대' '아바드림' '아바타싱어' '뉴페스타' 등 아바타나 가상 무대를 내세웠던 프로그램들이 회당 10억 이상의 큰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실패의 쓴 맛을 봤었다. 그런데 카카오의 웹예능 '소녀 리버스'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소녀 리버스'는 새로운 세계에서 데뷔를 꿈꾸는 현직 걸그룹 멤버 30인이 이름도 정체도 숨긴 채 버추얼 걸그룹 5인조로 데뷔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바이벌 에능이다. 참가자들은 현실세계에서 정체를 숨긴 채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서만 자신의 끼와 실력을 선보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3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하며 메타버스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SBS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메타버스와 K팝의 시너지는 상당하다. 특히 해외 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대목이 각 아티스트별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인데 메타버스 세계관은 그 자체 만으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에스파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세계관은 새로운 개념이라 처음에는 걱정했다. 하지만 팬들이 이 세계관으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까지 만들며 좋아하고 있다"며 "팬 여러분이 단순히 우리의 노래를 즐기는 것을 넘어 우리의 세계관이 담긴 영상과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적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메타버스 기반 가상 모임 공간은 콘서트, 팬미팅장 등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데다 인기 스타들의 아바타를 활용하면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자신의 아바타를 인기 스타들의 것과 똑같이 꾸미고 싶어하는 수요를 겨냥해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 콘서트의 동시 접속자는 123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스캇의 아바타는 나이키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으니 전세계 천만명 이상에게 노출되는 효과를 낸 것이다.

더욱이 버추얼 아이돌은 인간적인 한계가 없다. 관계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는 것은 물론 실존 인물이 아니다 보니 늙지도 않고 컨디션 난조, 인성, 사생활, 소속사와의 분쟁 등 어떠한 돌발 리스크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영원히 나만의 사랑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팬들의 로망을 정확히 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춤과 노래는 필수인데 노래야 이미 발전한 편집기술로 만들어내면 그만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춤선을 똑같이 구현하기는 어렵다. 멤버별 다른 개성과 특징을 심어주는 것도 쉽지 않다. 즉 고도의 기술력과 캐릭터 창조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현재 대중문화 트렌드는 '쌍방향 소통'이다. 한 관계자는 "기획사가 내놓은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육성 문화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아무리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기반의 팬덤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직접 만나고 호흡하고 싶어한다. 그런 팬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아바타나 캐릭터가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