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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또 먹고' 24시간도 부족한 '전주'…'거쳐 가는 곳은 이제 그만'

전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옥마을과 비빔밥은 머릿속에서 과감하게 지우는 게 좋다. 남들이 다 아는 볼거리와 먹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감만 낮출 뿐이다. 전혀 새로운 곳, 현지인들이 찾는 로컬 맛집을 발견하고 나만의 여행지를 발굴하는 게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헤맬 수는 없지 않은가. 오래된 노포를 중심으로 전주의 맛을 소개하고, 새로운 맛을 찾아 나만의 여행 지도를 쓸 수 있는 팁을 전수한다. 먹고 즐기다 보면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 이상 거쳐 가는 여행지가 아닌, 숙박을 통해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 바로 전주다.

▶'교통' 접근성 매력적 다양한 볼거리 눈길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찍어 놓은 사진, 눈으로 담은 주요 관광지의 모습,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 입을 사로잡았던 음식 등이다. 단언컨데 이 중 가장 오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음식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요 여행지를 경험할 때면 식당에서 보낸 시간은 상당하다. 국내 주요 관광지마다 대표 음식을 만들고, 적극 내세우는 이유다. 전주는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지만 대부분 거쳐 가는 곳이란 인식이 강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주는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여행지다.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 개인 승용차로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서울 기준 KTX를 이용하면 1시간 30분 남짓, 명절을 제외한 때라면 버스로도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승용차를 이용해도 3시간 내 충분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뛰어난 교통 접근성은 여행지로서 전주의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한옥마을로 유명세를 탔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한곳에 집중되어 있어 짧은 시간 둘러보고,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나는 휴게소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전주를 즐기고, 저녁 시간 남원과 여수 등으로 새로운 여행을 찾아 떠나는 식이다. 호텔과 숙박시설이 많은 여행객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많은 시간 투자를 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부각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전주는 '맛의 고장'이다. '잘 먹고, 잘 자고'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미식, 힐링 여행지다.

전주의 미식 여행의 시작은 구도심 지역을 추천한다. 신도시 지역의 경우 지역색이 강한 음식보다는 다양한 여행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대기업 맛을 중심으로 퓨전 음식 형태가 대부분이다. 현지 사람들은 즐겨찾지 않는 음식들이다.

구 도심 지역은 한옥마을 인근에 있다.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을 중심으로 전주 고사동에 밀집되어 있다. 노벨리나 쇼핑몰(구 전풍백화점)과 풍년제과 본점(구 민중서관 맞은편), 풍남문을 일단 기억하자. 전주 사람이라면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알만한 곳들이다. 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노포 밀집 지역을 찾기 위한 표지판으로 삼으면 좋은 곳들이다.

노벨리나 쇼핑몰 근처에는 효자문 식당이 있다. 남녀노소를 상대로 실패하지 않는 갈비 전문점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맛은 일품이다. 효자문식당의 대표 메뉴는 불갈비다. 매워서 붙은 건 아니고, 불향을 입혔기 때문이란다. 한옥으로 된 오래된 노포 분위기는 입맛을 더욱 돋운다. 높은 단가가 부담스럽다면 갈비탕을 즐겨도 좋다. 한우만을 이용해 만든 갈비탕 국물은 진국이다. 불갈비를 주문했다면 반갈비탕을 즐길 수 있다. 반갈비탕은 기존 갈비탕을 양을 절반으로 줄여 저렴하게 내놓은 메뉴다.

그래도 전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비빔밥이다. 전주 어디든 즐길 수 있지만 오래된 노포에서 즐기는 비빔밥은 색다르다. 풍년제과 본점 혹은 구 민중서관에서 경기전 쪽으로 5분가량 걷다 보면 왼쪽 골목길에 한국집이 있다. 한국집은 중소벤처기업부 인증을 받은 백년가게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으로 마당에는 꽃과 나무가 가꿔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많은 메뉴가 있지만 전통 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지만 마당의 풍경과 놋그릇이 만들어 낸 이색적인 느낌은 어디서도 즐길 수 없는 양념이 된다.

구 민중서관 혹은 풍년제과 본점에서 풍패지관 쪽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풍패지관을 지나기 전 오른쪽으로 뻗어 있는 객사길을 따라 5분가량 걷다 보면 왼쪽에 태봉집이 있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전주 편에 나왔던 노포집으로 유네스코 음식 창의 업소로 선정되었으며 복찜, 복탕, 아귀찜, 아귀탕이 유명하다. 복어탕은 부산 등에 유명한 곳이 더욱 많다. 전주에 복어탕집으로 태봉집이 왜 유명해졌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오랜 시간 전주에 자리를 잡고, 전주화 된 복어탕의 맛이 오랜 시간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복지리와 복매운탕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푸짐하게 올라간 미나리와 함께 전주 주요 식당에서 즐길 수 있는 모주와 함께 먹을 것을 추천한다.

풍남문 인근에는 특별한 식당이 있다. 이모카세가 가능한 세은이네다. 세은이네는 현지인들, 정확히 말하면 현지 관공서 관계자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낮에는 잔치국수를 위주로 판매하지만, 저녁 메뉴는 닭볶음탕부터 쭈꾸미 샤부샤부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메뉴판에 없는 만큼 세은이네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선 방문 하루 전 예약이 필수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세은이네의 수육은 전주 내 최고라고 자신한다." 전라북도 문화관광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현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의 말이다.

배를 채웠다면 입가심과 함께 감성을 채울만한 공간이 간절해진다. 이때 찾으면 좋은 곳이 있다. 카페 경우, 카페 한채다. 두 곳 모두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한옥 공간에서 즐기는 차 한잔, 좁은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길고양이의 휴식 모습 등을 보고 있으면 금새 한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조금 더 전주스러운 곳을 찾는다면 카페 행원을 추천한다. 카페 행원은 소리가 있는 고택카페로 불린다. 쌍화탕과 대추차 등이 유명하다. 1920년대 전주지역 문화예술인이 모였던 곳으로 1928년 건축된 공간이다. 과거 요정으로 활용됐던 곳이기도 하다. 행원은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정해진 시간에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공연은 볼 수 없지만, 여럿이 방문할 경우 사전 요청을 통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면 가야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공연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하니 방문 전 문의를 해보자. 많은 사람의 문의가 이뤄지다 보면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1박 2일은 기본, 자고 일어나면 '다시 시작'

잠깐의 휴식 뒤에는 또 배를 채워보자. 팥죽이다. 건강 웰빙 간식으로 밥이 아닌 덕에 배부른 상황에서 술술 들어가는 묘한 매력을 갖은 음식이다. 새알 팥죽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전라도 하면 팥칼국수다. 풍남문 인근 남부 시장에 위치한 동래분식은 팥칼국수, 팥죽이 유명한 곳이다. 깨죽을 비롯해 다양한 메뉴도 있으니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근에는 조점례피순대집이 있고, 전주 대표 음식이 된 콩나물국밥의 대표주자인 현대옥도 있다. 인근에 있는 은혜쌍화탕에서는 1000원~2000원으로 한방쌍화탕부터 식혜, 매실차, 생과일주스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사장님의 구수한 전주 사투리를 들으며, 인근 맛집 팁도 들을 수 있느니 꼭 한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연탄불돼지고기와 김밥, 오징어볶음과 어묵탕을 주로 내어놓는 오원집을 비롯해 서신동과 효자동 인근에 분포해 있는 막걸릿집에 대한 최신 정보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특히 전일슈퍼의 가맥 외에도 다양한 인근의 가맥집 정보와 위치도 확인할 수 있고, 현지인들만 찾는 맛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 먹고 또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늦은 밤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는 '더뮤지션'을 찾는 것도 전주를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낡은 극장을 소극장 형태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으로 김성수 모던재즈트리오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뮤지션을 공연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식기행을 즐기기 위한 마지막 팁으로는 구도심과 접근성이 뛰어난 꽃심호텔을 추천한다. 경기전까지도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선택지가 많지 않은 전주의 미식여행 숙소로 안성맞춤이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이다. 혹시 전날 술을 먹었다면 콩나물국밥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새로운 맛집을 찾아 떠나자. 1박 2일은 기본,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시작이다. 전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물짜장을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전주=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