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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대환호→안우진 맹비난' 극과극 반응 왜? 추신수를 위한 변명, 그리고 조언[SC시선]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최익성 저니맨 대표는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안우진을 옹호한 추신수 발언을 적극 지지 했다. 그는 "이미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에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내 힘이 미약해 작은 메아리에 그쳤다. 하지만, 톱클래스 추신수가 소신을 밝히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그렇다. 말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슈퍼스타' 추신수가 던지는 말 한마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2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추신수가 던진 한국야구 인프라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언론 보도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실제 인프라 개선으로 이뤄졌다. 수십년 간 방치돼 있던 잠실구장 원정 라커가 새롭게 탈바꿈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추신수 말 한마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대표적 사례. 말의 힘이 세면 영향력이 된다. 때로는 타인을 움직이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인프라 개선을 이야기 했는데 추신수의 말에만 현실이 반응한다. 마술 처럼 개선이 이뤄진다. 선한 영향력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혹독하다.

실언이나 실수를 했을 때 비난의 강도와 후폭풍은 더 거세진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고 억울해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인프라 개선 처럼 '좋은 일'의 파장 만큼 '안 좋은 일'의 파장도 커진다.

추신수가 설 연휴 동안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집중 비난의 중심에 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한 매체에 출연, 한국 야구대표팀 선발에 대해 작심 비판을 털어놓았다.

문동주 안우진 같은 재능 있는 젊은 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 폭력 이슈로 끝내 선발되지 못한 안우진에 대한 외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제3자로서 들리고 보이는 것만 보면 참 안타깝다. 박찬호 선배 다음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인데, 저도 한국에서 야구하고 있지만 이해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했다면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도 받고 했는데 국제대회는 못나간다. 일찍 태어나고, 먼저 야구 했다고 선배가 아니라 불합리한 처지의 후배를 위해 발 멋고 나서야 한다. 아무도 안 나선다. 후배들이 잘못된 곳에 있으면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고 해야하는 데 지켜만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신수는 이번에도 분명 한국야구를 위한 애정 어린 쓴소리라 생각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강한 표현으로 작심 발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리 만큼 당혹스럽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과거 인프라를 언급했을 때와는 정반대다.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닥쳤다.

왜 그럴까. 이유는 분명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독선적인 주장을 한 탓이다.

안우진 대표팀 발탁 여부는 이미 뜨거운 감자였다. 찬반 여론이 크게 갈렸다. KBO 기술위원회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안우진을 선발하지 않았다. 아직 화해하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안우진을 제외하고 KBO와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 데 집중했다. 25세 이하 젊은 투수들도 절반에 가까운 7명이나 승선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추신수는 너무나 확고하게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안우진과 문동주를 뽑았어야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 말의 힘, 영향력이 강한 슈퍼스타. 그래서 권력이 될 수도 있는 그의 주장이 너무 강하고 일방적이었다. 대통령이든, 재벌 총수든 힘 센 권력자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반감을 부르기 마련이다.

사회적 위치가 높아져 영향력이 강해질 수록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에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권력에 취해 한걸음씩 잘못 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칫 빠져나오기 힘든 소영웅주의의 덫에 사로잡힐 수 있다.

입을 꾹 닫고 있거나 마냥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으란 말이 아니다.

사안의 중요성, 말의 무게, 그리고 타이밍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그럴 만한 위치가 됐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큰 안우진 대표팀 발탁 같은 사안을 자신의 생각대로 대중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접근법은 옳지 않다. 겸손하고 논리적인 자기 견해 한스푼을 보태는 걸로 충분했다.

타이밍도 문제였다. 대표팀 선발 이전이나 대회를 마치고 난 뒤 자신의 소신을 밝혔어야 했다.

이번 추신수 발언은 논란의 예민함을 감안했을 때 풀어내는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다.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 논리는 실패한 메아리일 뿐이다.

야구 인프라 때와는 전혀 다른 대중의 싸늘한 반응. 행여 이 같은 냉소적 반응을 대중의 집단 무지성으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영향력 행사가 대중의 반발이란 벽에 가로막힌 권력자들이 흔히 기대는 우매한 도피처일 뿐이기 때문이다. 집단 지성은 치열한 찬반 논쟁 속에서 탄생한다. 그런 면에서 대중의 견해는 대부분 경우 혼돈 속에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신수의 본심은 선한 동기였다고 믿고 싶다. 논리도, 담아내는 방식도 틀렸지만 큰 맥락에서는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고언에서 나온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추신수는 앞으로도 한국야구에 선한 영향력을 지속해야 할 대체불가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