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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마블' 꿈꾸며 만드는 ○○유니버스…세계관으로 뭉친 웹툰들


세계관 바탕으로 이야기 무궁무진 확장 가능…신규 독자 진입장벽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영화나 가요계에서 주로 등장하던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최근 웹툰업계에서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작품 속 주인공이 다른 작품에 카메오로 나오던 초기 형태를 넘어서 별개의 웹툰들이 동일한 설정이나 인물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5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세계관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제작사 와이랩이다.
2015년 일찌감치 자사 여러 작가의 웹툰 속 영웅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한 '슈퍼스트링'을 발표했다.
뒤이어 2021년 2월에는 청춘·학원물을 중심으로 한 '블루스트링', 같은 해 11월에는 인연과 로맨스를 주제로 한 '레드스트링'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와이랩은 스스로를 단순한 웹툰 스튜디오나 제작사가 아닌 콘텐츠 유니버스 전문 제작사라고 부를 정도다.
이 같은 세계관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여러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협력하거나 반복하는 이른바 크로스오버 웹툰까지 내놨다.
예를 들면 2020∼2022년 연재된 '테러대부활'에서는 '테러맨'의 주인공 민정우와 '부활남'의 주인공 석환이 갈등하는 내용을 담았고, '더 퀸즈'에서는 '아일랜드'와 '테러맨', '신석기녀'의 여주인공들이 한 팀이 된다.
와이랩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마블처럼 콘텐츠 유니버스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양한 국가와 플랫폼, 장르에 전반적으로 걸쳐 있는 와이랩 작품 팬들을 하나로 모아 통합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명 만화가 천계영 작가도 최근 여러 작가와 함께 '좋아하면 울리는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천 작가의 전작인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등장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자 반경 10m 이내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람이 울리는 '좋알람'의 존재를 동일하게 깔고 가는 세계관을 뜻한다.
지난달 연재를 시작한 웹툰 '날 울리지 마'(살구)와 '초록빛 아래서'(공명), 단편 웹툰 '네 이웃에게 친절하라'(백혜경), 웹소설 '백일홍 스캔들'(샨탈)과 울리는 사이(진저리)가 이 설정을 공유한다.
작가도 모두 다르고 장르 역시 스릴러부터 고전, 로맨스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좋알람'이 등장한다는 기본 설정으로 느슨하게 묶인 셈이다.
천 작가는 "20년 넘게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좋아하면 울리는' 세계관의 확장성이 좋다고 느꼈다"며 "다른 작가들도 이 세계관을 이용해 창작하면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 '좋아하면 울리는 유니버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1세대 스타 웹툰 작가로 꼽히는 조석은 '문유'와 '행성인간', '조의 영역', '묵시의 인플루언서' 등 여러 작품에 연관된 서사를 깔면서 이른바 '조석 유니버스'를 구축 중이다.
'문유'에 등장하는 소행성이 '행성인간' 속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유입되는 계기가 되는 등 각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조 작가가 세계관이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네이버웹툰에서는 신작 '행성인간2:행성의'를 소개하며 "'조의 영역'부터 '묵시의 인플루언서'로 이어지는 조석 유니버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웹툰업계가 속속 세계관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야기의 확장이 용이해서다.
영화 마블 시리즈가 증명했듯이 세계관이 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와 서사가 한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
또 기존 독자들이 동일 세계관 속 다른 작품에 흥미를 느끼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와이랩 관계자는 "기존 웹툰 작품과 달리 광활한 컨셉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며 "작품간 연계된 서사가 흥미를 증폭시키고 영상화 콘텐츠로 변화도 용이해 콘텐츠 IP로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독자 입장에서는 세계관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작 속 설정이나 서사를 알지 못하면 신작을 충분히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작가도 최근 개인 SNS를 통해 '행성인간2' 소식을 전하며 "걱정스러운 건 오늘 올라올 유료분부터는 행1(행성인간1)이나 묵(묵시의 인플루언서)이나 조(조의 영역)를 안 본 분들은 못 쫓아올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기존에 세계관으로 성공한 매체와는 달리 웹툰의 호흡이 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나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경우 짧으면 3분, 길면 3시간 안에 전작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웹툰의 경우 기본 수십편이 연재돼 세계관을 숙지하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찮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에서 세계관 도입은 '양날의 검'이기는 하지만, 콘텐츠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도입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웹툰 흥행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