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꺾이지 않는 마음' 한국 월드컵 16강 진출→KBO 발등에 불 떨어졌다 [SC초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소식이 전국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KBO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3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막판 터진 황희찬의 결승골로 2대1 승리를 따냈다. 같은 시각 열린 가나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한 우루과이에 다득점에서 앞서 기적 같은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만이다.

안면 부상을 입고도 마스크를 쓴 채 출전중인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의 투혼이 감동적인 경기였다. 결승골 역시 손흥민의 폭풍 질주에 이은 어시스트와 황희찬의 황소 같은 돌진에 이은 마무리가 어우러졌다.

피치 위에서 우루과이-가나전 종료를 간절하게 기다리던 선수들은 16강 진출이 확정된 뒤에야 마음껏 환호하고 눈물을 쏟았다. 태극기를 둘러메고,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대회(롤드컵)에서 화제가 된 문구 '꺾이지 않은 마음'이 씌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기뻐했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16강,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은 기쁜 일이다. 다만 KBO리그를 비롯한 야구계에는 현실적인 압박이 된다. 3개월 뒤로 다가온 WBC에서 야구 대표팀이 보여줄 모습과 직접적인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원래 제 5회 WBC는 2021년 3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대회 후반부 진행을 감안해도 2022 월드컵과는 약 8개월 가량의 텀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년 연기됐고, 월드컵은 개최지 카타르의 특수성 때문에 한겨울에 열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 3개월 가량의 텀만 두고 두 대회가 나란히 열리게 됐다. 그중 앞서 경기를 치른 축구 대표팀이 기선을 제압한 셈.

국내 최고 인기를 누리는 KBO리그를 넘어서는 스포츠 흥행카드가 바로 '국가대표 축구'다. 특히 국제 대회 성적은 국내 리그 인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2002 월드컵 4강 직후 일었던 K리그 붐이 있었고, KBO리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이후 흥행 특수를 누렸다. 여자배구 인기 역시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4강 신화가 기폭제가 됐다.

야구와 축구의 경우 한정된 유소년 자원을 두고 경쟁한다는 점에서도 국제대회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축구에 2002월드컵 세대가 있다면, 야구에도 2008 베이징올림픽 세대가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WBC 1,2회 대회(2006 2009) 때는 각각 4강과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등 북중미 국가들이 메이저리거들을 기반으로 '진심'으로 임하기 시작하면서 3,4회 대회(2013 2017)에서는 두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초창기 자존심을 구겼던 도미니카공화국과 미국은 3,4회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을 바로세웠다. 또한 두 대회 모두 2~4위는 푸에르코리코-일본-네덜란드로 동일하다. 전통적인 야구강국 쿠바가 5, 7위로 부진했던 반면 이들 5개국이 확실한 야구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종목 세계적인 저변이나 주류-비주류 국가들간의 전력 차이, 이변의 가능성 면에서 야구 쪽 난이도가 더 높다고 말하긴 어렵다. 축구가 월드컵 16강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낸 이상, 야구 역시 최소한 본선 2라운드(8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WBC 대표팀 쪽의 상황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에이스인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선발을 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고, 김광현 양현종 등 노장 투수들이나 메이저리거 김하성의 선발도 쉽지 않다. 최지만도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염경엽 기술위원장이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조범현 위원장으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체계적인 준비만이 성적으로 보답받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4년간 차근차근 전력을 다진 반면 WBC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뒤늦게 지휘봉을 잡았다. 이강철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