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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감독 우승 뒤엔 대형포수, 이승엽-양의지 결합의 의미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 역사상 초보 사령탑이 정상에 오른 건 공식적으로는 5번이다.

원년인 1982년 김영덕 OB 베어스 감독, 1983년 김응용 해태 타이거즈 감독, 2005년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 2011년 류중일 삼성 감독, 그리고 2015년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다. 프로 초창기 두 김 감독의 경우 초보라고 보기 어렵다. 프로야구 이전 실업 또는 국가대표 감독을 이미 지낸 때문이다. 사실상 선 감독, 류 감독, 김 감독 이렇게 셋이라고 봐야 한다.

올해까지 역대 KBO리그 사령탑(대행 포함) 99명 중 단 3명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감독 데뷔 시즌부터 탁월한 지휘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전력을 들여다 보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포수 포지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석코치로 김응용 감독을 보좌하던 선 감독이 2005년 지휘봉을 잡을 당시 삼성 포수는 진갑용이었다. 그는 1998년 OB에서 데뷔해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정상급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를 이끌며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포수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진갑용은 선 감독 부임 후에도 전성기를 이어갔다. 2005년 포수로 105경기에 출전해 805이닝을 수비하며 0.991의 수비율과 30.7%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당시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도루저지율은 3위였고, 패스트볼은 2개로 가장 적었다.

진갑용은 류 감독이 부임한 2011년에도 주전 포수였다. 마스크를 쓴 경기와 수비이닝은 각각 100경기, 675이닝으로 줄었지만, 수비율 0.989, 도루저지율 35.4%, 패스트볼 3개 등 포수로서 능력은 막판 전성기를 누리는 시점이었다. 방망이 실력은 워낙 정평이 나 있던 그는 투수 리드, 블로킹, 송구 능력 등 포수로서도 최정상급 자리를 지켰다.

2015년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두산은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두산 포수가 바로 양의지였다. 주전 마스크를 쓴 지 6년째 되던 해, 양의지는 타율 0.326, 20홈런, 9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포수로도 0.994의 수비율, 26.2%의 도루저지율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해 포스트시즌서도 13경기에 나가 타율 0.273, 1홈런, 7타점을 때렸다.

그 양의지가 나이 30대 중반이 돼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총액으로 역대 최고인 6년(4+2년) 최대 152억원을 받기로 했다. 두 차례 우승을 함께 일군 김태형 감독이 떠난 자리에는 초보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 부임했다. 이 감독은 양의지의 두산 컴백 소식을 누구보다도 반겼다. 두산 지휘봉을 잡고 "포수 보강"을 주문했던 그에게 그 무엇보다 '통 큰' 선물이 도착했다.

이 감독은 정식으로 지도자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은퇴 후 코치 경력 없이 프로 지휘봉을 잡은 사실상 첫 번째 감독이다. 만일 그가 내년에 우승을 거머쥔다면 '감독 직행 우승'이라는 KBO 역사에 남을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숱한 우승 경험을 쌓았다. 삼성에서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일본에서 2번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그는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흘렸던 눈물을 기억한다. 초보 사령탑 우승이라면 의미가 다른 눈물일 것이다. 양의지가 뒤를 받친다.

슈퍼스타 감독과 대형포수의 결합을 두산은 오래 전부터 기획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