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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하의 시선]마스크 낀 손흥민 부상 안 당한게 다행…나상호 '희생' 좋았다

[스포츠조선]다들 아는 얘기지만, 월드컵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대표팀 안팎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면 다음 경기를 더 자신감있게 준비할 수 있다. 벤투호는 24일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1차전에서 강팀인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등하게 잘 싸웠다. 도리어 선수들 입장에선 비겼다는 게 아쉬울만한 경기다.

사실, 경기를 앞두고 걱정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일본이 이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대중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벤투호는 첫 경기부터 빌드업과 같은 팀 색깔을 잘 나타냈다. 특히 미드필더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밀리지 않았다. 우리 미드필더들은 세컨볼, 압박, 빌드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잘해줬다.

(부상한 황희찬을 대신해서 투입한)나상호의 투입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나상호가 황희찬 정도의 공격력을 장착한 선수는 아니라고 보지만, 수비적으로 많은 활동량과 헌신을 보여줬다. 벤투 감독은 그런 나상호의 '희생 정신'을 생각해서 투입했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사우디, 일본처럼 우리도 이변의 승리를 거둘 목적이었다면 조금 더 교체 타이밍이 빨랐으면 어땠을까 한다. 사우디-아르헨, 일본-독일전 양상과 달리 우루과이는 수비에 중점을 뒀다.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는 것도 중요하다는 측면을 고민했을 것 같다. 그래서 교체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손준호 이강인 조규성이 (후반 29분)투입되고 나서 공격적으로 잘 풀린 걸 보면 결과적으로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황의조의 슈팅 장면(전반 33분)은 아쉽다. 월드컵과 같은 무대에서 그런 득점 찬스가 많이 찾아오진 않는다. 그런데 옆라인에서 오는 패스를 슛으로 돌려차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볼 각도, 킥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이강인은 정말 '폼'이 좋다고 느꼈다. 볼 간수, 패스 연결, 가운데로 파고 들어 슈팅을 하는 장면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이런 플레이는 우리 대표팀에도 도움이 된다.

마스크를 쓴 (손)흥민이 이야기도 해야겠다. 일단 '어색'했다. 볼을 잡을 때, 슛을 할 때, 공과 상대 선수를 체크하는 시야가 필요하다. 마스크를 쓰면 시야가 좋을 리 없다. 90분을 부상없이 뛴 것만 해도 대표팀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현역 시절에 코뼈 골절로 마스크를 끼고 경기를 뛰어봤다. 선수가 잘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하고 무언가에 방해를 받는다는 느낌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때 내 기억으론 헤딩을 하려는데 상대 선수를 힐끔 보는 것도 잘 안됐다. 오늘 흥민이도 슈팅을 할 때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경기 후 포르투갈과 가나전도 지켜봤다. 가나가 쉽지 않은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쿠두스는 공을 소지한 채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드리블 능력, 스피드가 좋다. 부카리도 수비에 부담을 줄 선수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렇게 힘있고 빠른 선수를 부담스러워한다. 3골을 허용한 상황에서 더 공격적으로 뛰면서 따라잡는 정신력도 좋아 보였다.

파고들 지점은 보였다. 수비는 그리 탄탄하지 않았다. 1, 2번 골키퍼가 모두 부상을 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날 출전한 골키퍼는 분명한 약점으로 보인다. 특히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선 너무 일찍 (골문을 비우고)나온 감이 있다. 골키퍼를 공략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가나도 2번째 경기에선 첫 승이 필요하다. 2차전에선 상대에 끌려가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선전을 바란다. <전 국가대표팀 코치, 전 수원 삼성 감독>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