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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늘은 주먹밥을 줘요?'…학교비정규직 파업에 급식 차질


경기도내 868개 학교, 오늘 하루 간편식 제공 또는 급식 중단

(화성=연합뉴스) 김솔 기자 = 학교 급식과 돌봄 등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교육 공무직) 연대회의가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 25일 경기지역 800여 학교에서도 급식이 중단돼 대체 급식이 마련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영양교사를 제외한 학교급식 종사자 5명 중 4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1명이 병가를 낸 관계로 급식은 인스턴트 간편식으로 대체됐다.
점심시간이 되고 병설 유치원 원아들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급식실에 들어서자 교직원들은 비닐봉지에 주먹밥, 머핀, 팩 주스, 귤을 넣어 나눠줬다.
유치원생들은 평소와는 다른 점심시간 풍경에 쉽사리 급식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쭈뼛대기도 했다.
이에 교사들은 "평소처럼 하면 된다"면서 아이들을 달래며 배식을 지도했다.
뒤이어 들어선 이 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봉지에 담긴 음식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내내 들뜬 표정이었다.
대체 급식이 맛있는지 묻는 말에 양손으로 주먹밥을 든 채 식사하던 한 초등학교 1학년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반면 옆에 앉아있던 다른 또래 학생은 "예전처럼 밥을 먹고 싶다. 이게 무슨 밥이냐"고 투덜대기도 했다.
식사 시간 내내 급식실 곳곳에서는 "왜 오늘은 이게 다지?", "신기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날 파업으로 인해 조리실에 들어설 수 있는 인원은 보건증을 소지한 이 학교 영양교사 1명이 전부였다.
이로 인해 영양교사는 600인분에 달하는 인스턴트 주먹밥을 혼자 데워야 해 점심식사 수 시간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영양교사는 "파업에 참여한 조리사 분들이 전날 대체 급식으로 제공될 귤을 소독해두는 등 미리 준비를 많이 해두고 가셨고 아침부터 교직원분들께서도 급식실까지 음식을 옮겨주셔서 큰 차질은 생기지 않았다"면서도 "아이들이 성장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이 학교는 지난 주 파업 계획을 파악, 이번 주 초 간편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교장은 "지난해 2차례에 걸친 비정규직 파업 때는 파업 일정을 파악하고 대체식을 준비하기까지의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앞서 비슷한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비교적 순탄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비정규직 분들의 애로사항도 이해하지만, 혹여나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반복된다면 학부모들께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어 사태가 오늘로써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이 파악한 파업 참여 현황(오전 11시 기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는 849개(전체 급식 대상학교 2천708개교 중 31%) 학교에서는 이날 급식이 빵이나 우유, 과일과 같은 간편식 등으로 대체됐고, 19개(1%) 학교에선 아예 급식을 하지 않는 등 총 868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생겼다.
또 전체 1천323개 초등학교 2천942개 돌봄교실 중 2%에 해당하는 64개실이 미운영되고, 유치원 방과후(돌봄 포함) 수업도 15개원(전체 1천286개 중 1%)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교육당국과 임금 교섭 중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교육교부금 축소 반대 등을 주장하며 이날 하루 파업을 진행했다.
교육 공무직으로도 불리는 학교 비정규직은 각급 기관과 학교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공무원이 아닌 이들을 뜻한다. 강사직군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총 18만∼19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에서 연대회의 조합원은 10만 명 정도다.
sol@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