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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고!막고!원맨쇼' 수원 삼성 '이구역의 미친 선수' 오현규

축구는 인생같다.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은데,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이면 감독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미친 선수가 하나 나와줘야 한다."

2022년 10월, 리그 10위 수원 삼성, '이 구역의 미친 선수'는 바로 2001년생 공격수 '막내온탑' 오현규(21)다. 3일 성남전(2대0 승) 12호골까지 최근 9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다.

'명가' 수원 삼성이 강등권을 전전하던 8월 중순 이후 오현규는 이를 악물었다. 8월 14일 최하위 성남전(4대1 승) 이후 제주(2대1 승), 강원(2대3 패), 서울전(3대1 승)에서 4경기 연속골을 몰아쳤다. 심지어 지난 4일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선 멀티골로 승리를 이끈 후 '팔굽혀펴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난 슈퍼매치 때 (서울) 나상호형이 한 세리머니다. 나도 힘이 좀 남아서…"라는 패기만만 골 후기에 수원 팬들이 열광했다.

"15골은 충분히 넣을 것"이라는 '베테랑 동료' 이기제(수원 삼성)의 예언대로 K리그에서 가장 핫한 공격수 오현규는 파죽지세다. 지난달 11일 인천전(3대3 무), 18일 전북전(2대3 패)에서도 골맛을 봤다. 그리고 개천절, 강등권 탈출을 위해 '이겨야 사는' 파이널B 첫 경기, 최하위 성남을 상대로 전반 30분 만에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10분 류승우의 크로스에 이은 문전 쇄도 역시 눈부셨다. 곽광선의 자책골로 기록되긴 했지만 사실상 오현규의 골이었다. 후반 44분 성남의 간접 프리킥, 성남의 만회골 찬스에서 뮬리치의 강력한 슈팅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 역시 오현규였다.

주전 골키퍼 양형모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22세 골키퍼' 박지민이 골문을 지키던 상황, 오현규는 몸 사리지 않는 육탄방어로 위기를 막아섰다. 경기 직후 중계진과의 인터뷰, 대답이 걸작이었다. "저는 공격수지만 박스 안에선 수비수니까요. (박)지민이형이 갑자기 들어와서 정신 못차려서(웃음)… 우리가 골 먹을 거란 생각은 안했어요. 제 한몸 불살라 실점을 막을 수 있다면 다행이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90분 내내 죽을 힘을 다해 내달리고, 골을 넣으면 어김없이 서포터석을 향해 '직진'하고, 온몸으로 골을 넣고, 온몸으로 골을 막는 '뼛속까지 파란 피'인 이 '미친' 선수를 수원 팬들은 사랑한다.

오현규가 올 시즌 기록한 12골 중 페널티킥은 1골, 11개의 필드골 중 머리로 6골, 오른발로 3골, 왼발로 2골을 기록했다. 이중 4개는 '왼발 달인' 이기제의 도움을 받았다. 전진우와 장호익이 각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전진우의 도움으로 12호골을 터뜨린 후 오현규는 무릎을 꿇은 채 '2년 선배' 전진우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유쾌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축구만큼 사회생활도 제법 잘하는 '막내'다. "진우형이 슈퍼매치 때도 골을 만들어주고 오늘 또 도움을 받았어요. 다음 경기에 (이)기제형이 어시스트 해주시면 기제형 신발도 닦아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지난해 일찌감치 김천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오현규는 별명부자다. '군필 공격수' '효자 공격수'에 '갓기(god+아기) 장군' '아기괴물 공격수' 등… 이제는 명실상부 '수원의 에이스'다. 에이스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은 승점 37점으로 9위 대구(승점 38)를 1점차로 따라붙었고, 11위 김천 상무(승점 35)와 2점차를 유지했다.

오현규는 수원 삼성의 이름으로 당찬 약속도 잊지 않았다. "9일 서울과의 슈퍼매치에도 팀에 도움이 되는 골을 넣고, 승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4경기 다 이겨서 팬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2022시즌으로 마무리할게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