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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파도타기 몰아친 사직…이대호의 마지막 가을야구 염원한 1만4088명 [부산스케치]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모처럼 '노래방'이 부활한 듯한 열기였다. 파도타기가 3~4차례,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고 거듭 몰아쳤다.

2일 사직구장. 무려 1만4088명의 야구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전날까지 올 시즌 롯데의 경기당 평균 관중이 8455명(69경기 58만 3416명)임을 감안하면, 주말과 연휴에 은퇴를 앞둔 이대호(40) 특수까지 더해진 열기였다.

현장에는 이미 이대호의 은퇴 기념 곤룡포 유니폼을 차려입은 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박정태 염종석 최동원 전준우 한동희 최준용 등 롯데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새겨진 색색깔의 유니폼들이 넘실거렸다.

많아진 관중만큼이나 분위기도 뜨거웠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두차례 위기를 벗어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3회 기대주 고승민의 결승 투런포가 터졌을 땐 귀가 멍멍할 만큼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나왔다.

5회말 후 클리닝타임에는 '사직노래방' 이벤트에 지원한 여성팬이 응원단상에서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를 목청껏 열창해 분위기를 달궜다.

롯데가 리드한채 경기가 종반에 접어들자 현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급기야 파도타기가 관중석을 돌기 시작했다. 2번, 3번 파도가 연속으로 몰아쳤다. 만원 관중은 아니었지만, 띄엄띄엄 인파가 끊어진 지점에서도 파도는 영리하게 이어졌다.

'승리의 롯데'부터 '영원하라', '승리는 누구', '뱃노래, '새야' 등 롯데를 대표하는 응원가들이 뜨겁게 터져나왔다. 이대호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몰아치는 응원구호 '대~호!'는 감초마냥 열기를 더했다. 경기 말미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날 롯데는 3대1로 승리,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오늘 정말 많은 팬분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셨다. 그 좋은 에너지를 받아 승리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올해 롯데는 시즌초인 4월, 14승9패1무를 기록하며 리그 2위까지 뛰어올랐다. '올해는 다르다'를 보여주는 듯 했다. 무관중 시대의 종료와 함께 찾아온 사직의 봄이었다.

하지만 5월 이후 주전 야수들의 줄부상과 투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며 순위는 급락했다. 5, 6, 7월까지 4할 승률 안팎의 부진에 시달렸다.

후반기 들어 분위기를 다잡으며 다시 가을야구를 노크했다. 8월(13승11패)에는 인상적인 반전을 과시했다. 하지만 5위 KIA 타이거즈에 2경기 차이로 따라붙은 결정적 순간, KIA와 롯데의 명암이 3연승과 3연패로 극명하게 갈린 점이 아쉽다.

이대호는 올해 타율 4위(3할3푼4리) 최다안타 3위(177개) 홈런 8위(22개) 타점 5위(97개) OPS 6위(출루율+장타율, 0.880)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존재감이다. 특히 만루홈런만 3개를 쏘아올리는 등 클러치 순간마다 더욱 빛나며 롯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이대호와 부산 홈팬들의 만남은 이제 3일 포함 단 2경기만을 남겨뒀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오는 10월 8일 LG 트윈스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엔 이대호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이 열릴 예정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