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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걸그룹+클래식=성공?…블랙핑크→레드벨벳, 우아한 K팝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인기 K팝 걸그룹이 클래식을 만나면 성공하는 모양새다. 올해 클래식을 샘플링한 걸그룹 곡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 나온 블랙핑크의'셧 다운'과 지난 3월 발표된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은 모두 클래식 넘버 일부를 샘플링한 곡들이다. '셧 다운'은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필 마이 리듬'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으로 사용했다.

두 곡은 모두 성적도 좋다. 블랙핑크는 '셧 다운'이 포함된 정규 2집 '본 핑크'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214만 1281장(북미·유럽 수출 물량 포함)을 파는 등 K팝 걸그룹 최초이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레드벨벳도 '필 마이 리듬'이 포함된 일곱 번째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필 마이 리듬'으로 아이튠즈 41개국 1위를 기록했고, 해당 곡은 6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 메인 차트라 볼 수 있는 '톱100'에 차트인, '인기 롱런'중이다.

사실 K팝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하는 시도는 최근 이야기만은 아니다. 1999년 신화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한 'T.O.P'를 내놨고, 2000년 H.O.T.도 모차르트 교향곡 25번을 샘플링한 '아웃사이드 캐슬'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최근 들어 더 활발해진 분위기다. 과거부터 클래식 샘플링에 적극적이었던 가요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클래식 음악 레이블 'SM 클래식'을 설립, SM 소속 가수들의 인기곡들을 오케스트라로 재해석한 곡을 선보이고 있다. 레드벨벳 '빨간 맛', 에스파 '블랙맘바', NCT U '메이크 어 위시' 등 다양한 곡들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공개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K팝이 클래식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요 관계자는 "클래식을 써도 대중에게 익숙한 클래식을 더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블랙핑크가 샘플링한 '라 캄파넬라'는 조성진 피아노 연주로 유명한 곡이고, 레드벨벳도 가장 무난한 클래식인 'G선상의 아리아'를 사용했다. 클래식을 써도 대중이 이미 귀에 익은 넘버를 쓰는 전략을 택한 것 같다"고 했다. 친숙하고 익숙한 멜로디가 대중에게 끌리는 경향이 강해서라는 설명이다.

클래식이 가지는 웅장하고 풍성한 사운드도 짚었다. 이 관계자는 "클래식만 주는 음악적 편곡적 스케일이 있다. '필 라이 리듬'이 'G선상의 아리아' 시작 부분을 샘플링했는데, 원곡 클래식에서 수십 개 악기가 연주해서 만들어 포근하면서 큰 스케일감이 있다. 요즘식 대중가요가 내기 힘든 사운드라 샘플링하기 좋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명곡들을 샘플링하는 분위기가 활발해졌다고도 했다. "장르 가리지 않고 가깝게는 7,80년대 음악부터 멀리는 클래식까지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위기"라는 이 관계자는 "시티팝을 샘플링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시티팝이 일본 경제 부흥기에 나왔는데, 음악에 정말 돈을 쏟아붓는 시기에 만든 사운드이다 보니 악기가 정말 많이 쓰였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위켄드, 국내에서는 재지팩트 같은 팀이 시티팝을 샘플링해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많이 한다"고 분석했다.

클래식이 아니라도 과거 명곡을 적극적으로 샘플링하는 것이 요즘 K팝 트렌드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음원 차트 및 음악 방송 1위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도 70년대 디스코 명곡인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 윌 서바이브'를 샘플링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완전 퓨어한 창작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니, 샘플링에 얹은 것도 하나의 창작으로 인정되고 있다. 샘플링 자체에 적극적인 게 북미 음악시장 분위기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그 흐름이 국내시장으로도 온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샘플링을 표절로 연결시키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기도 해서 비교적 안전한 클래식이나 명곡을 샘플링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