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중견배우 김태형이 세 아들을 잃고 눈물로 지낸 지난 10년의 시간을 털어놨다.
22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10년 전 세 아이를 잃어버린 아빠, 배우 김태형의 최초 고백이 그려졌다.
지난 2012년 엄마가 세 아들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해자인 아이들의 아빠는 중견배우 김태형이었다. 이후 김태형은 사건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10년이 흐른 지금, 김태형은 "때만 되면 공황장애가 밀려온다. 몸이 기억한다"라며 10년 째 지우기 힘든 그날의 기억에 눈물을 흘렸다.
"천국에서 만나자.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지옥가면 아이들 못 만난다"며 김태형은 현재 아파트 분양 사무소에서 막내 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배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일상이었다.
김태형은 "자의적으로 연기활동을 그만 둔 건 아니고, 개인 가족사가 있어서 사람도 기피하게 되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공황장애도 오고 운전을 하면 매일 다녔던 길인데도 엉뚱한 길로 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 아들 영진이, 영범이, 영건이를 10년 전 8월에 잃어버리고 한 3년 정도 큰 방황했다"고 했다.
김태형은 "좋은 엄마였다. 제 기억으로 아이들한테 잘해주고 자기가 사치를 한다든가 그런 거 없이 아이들한테 정말 잘해줬다"며 "어느 순간, 아이들 대하는 게 거칠어졌다. 짜증도 많이 냈다. 왜 저렇게 짜증을 부리지?"라고 했다. 이후 아내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문자 한통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 김태형은 "아이들하고 바람 좀 쐬고 오겠다 그러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와 연락이 안 되자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고, 일주일 후 '아내 분 찾았다'는 말에 '애들은요?'라고 물었더니 '잘못됐습니다'라고 했다고. 김태형은 "표현을 못한다. 그냥 패닉이다. 혼이 나가있는 거다"며 "아이들이 엄마하고 같이 나간 그날부터 찾아서 장례 치르는 날까지 정확히 10일 정도 걸렸다. 열흘을 아무 것도 안 먹고 술만 마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 되니까 내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안하더라도 한 이틀만 더 마시면 그냥 가겠더라"면서 "그 정도 상태였다. 그냥 끝내는 거만 생각하고, 그 생각만 들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태형은 "납골당도 안 했다. 납골당에 보관을 해놓으면 매일 거기 가서 울고 있을 것 같다. 못 견디고 내가 이겨낼 수 없을 거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지금은 약간은 아쉽긴 하다. 이제 10년 정도 됐으면 한 번쯤은 가봐야 되지 않을까"라면서 아이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던 곳을 찾기도 했다.
김태형은 지금도 아내가 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그는 "그 이유를 수사 기관에서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기자들이 그냥 쓰기 좋은 말 가십거리 좋지 않냐. 생활비가 부족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뭐 이렇게"라면서 "그것만큼은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 했다.
김태형은 "큰 아이가 여덟 살, 둘째 아이가 여섯 살, 셋째 아이가 세 살이었다. 저한테는 기쁨만, 행복함만 주고 갔으니까 더 미안하다"면서 "해준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그 기억과 추억은 많이 남아있으니까"라며 아이들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태형은 "꿈에 문득 나타나고 그러면 자다가 누운 채로 엉엉,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면서 "보고 싶거나 그럴 때는 많이 우는 거 같고 술을 먹고 잊으려고 해보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그건 제 뜻대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고통은 아픔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다"고 했다.
김태형은 "세 아이들을 하늘나라에 가서 다시 볼 때 지금은 아빠가 바보 아빠고 울고 아빠고 못난 아빠지만, 자랑스럽진 않더라고 너희를 앞에 너희를 만날 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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