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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선수권 첫우승'女골볼대표팀'세계선수권4강X패럴림픽 출전 역사 쓸래요'[진심인터뷰]

"첫 세계선수권 4강 이상! 패럴림픽도 꼭 나가보고 싶습니다. "

한여름 햇살이 뜨겁던 8월초, 서울 강동구 고덕사회체육센터 내 골볼훈련장에서 금의환향한 여자골볼 대표팀을 마주 했다. 대한민국 여자골볼 대표팀(세계 19위)은 지난달 29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2022년 국제시각스포츠연맹(IBSA) 골볼아시아태평양선수권 결승에서 '난적' 호주(세계 8위)에 7대3 승리했다. 아시아선수권 사상 첫 우승과 함께 2022년 IBSA 골볼세계선수권(12월5~17일, 포르투갈 마토지뉴스) 출전권을 따냈다. 2006년 세계선수권 진출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베테랑-막내 에이스들의 완벽한 신구조화 '원팀'의 힘

이번 대회 여자부는 한국, 호주, 태국, 이란 4개국이 출전했다. 지난해 도쿄패럴림픽 동메달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이미 확보한 일본(세계 4위)과 '골볼 강국' 중국(세계 5위)은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란, 호주, 태국에 리그전 방식으로 각 2번씩 맞붙었다. 5승1패(승점 15), 33득점 20실점, 1위로 결승에 직행했다. 준결승에서 2위 호주가 3위 이란을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호주를 오랜 기간 집중연구, '준비된' 한국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레프트 공격수' 심선화가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19골을 몰아쳤다. 전체 득점 3위로, 우승을 이끌었다.

여자 골볼의 숙원, 첫 아시아 제패는 6명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가능했다.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당시 최연소 국대였던 '캡틴' 김희진(28·서울시장애인체육회), '15년차 골잡이' 심선화(30·서울시장애인체육회), '1991년생 맏언니' 김은지(31·충남장애인체육회) 등 베테랑 언니들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2001년생 막내' 서민지를 비롯해 1999년생 최엄지(서울시장애인체육회), 2000년생 박민경(충남장애인체육회) 등 '젊은 피'들이 든든히 뒤를 받쳤다.

뮤지컬 배우 출신 미모의 주장, 김희진은 "국대 13년차에 국제대회 금메달은 처음"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고, '막내 에이스' 서민지는 "언니들 덕에 첫 시니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게 됐다"며 공을 돌렸다. 김희진은 "요즘 힘든 스포츠를 하려는 어린 선수가 많지 않은데 우리에겐 정말 귀하고 소중한 후배들이다. 밑에서 쑥쑥 잘 커주고 있어 고맙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2019년 창단 이후 무패를 달리고 있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소속 골볼 에이스들의 찰떡 호흡에 신구 조화가 더해지면서 대표팀은 더욱 강해졌다. 캡틴 김희진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다. 오랫동안 실업팀에서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장단점을 서로 잘 안다"고 했다.

'월드클래스 골잡이' 심선화는 개인적인 장점을 묻는 질문에 "피지컬이 좋고, 깔리는 공의 속도는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스스로 꼽는 최고의 장점은 '팀플레이'였다. "체력이 떨어져도 팀을 위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절로 솟는다"고 했다.'맏언니' 김은지는 "2012년 처음 골볼을 시작했는데 10년 만에 첫 우승을 했다"고 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기꺼이 메워주면서 하나가 된다는 게 우리 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골볼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은 "공 하나 막았을 때 희열이 엄청나다. 한 골 넣었을 때 희열도 엄청 짜릿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골볼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세계선수권 4강, 파리패럴림픽 출전 목표"

사상 첫 쾌거 뒤 여성 감독-코치의 신구 조화 역시 인상적이었다. 비장애인 실업 배구선수 출신인 한태순 감독(62)은 대한민국 여자골볼의 역사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 골볼 종목담당관으로 활약한 후 고덕사회체육센터 개관 이후 2020년 6월 정년퇴직 때까지 30년 넘게 지도자, 심판, 행정가로 골볼 발전에 일생을 바쳤다. '골볼 1세대' 한 감독은 "우리가 아시아에서 골볼을 첫 시작한 선진국이고, 일본, 중국도 우리한테 배웠는데 2000년대 이후 밀렸다. 선수층도 엷고 국제성적이 안나와 아쉬웠는데 이번에 첫 우승을 하게 됐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1위로 세계선수권 쿼터를 따내며 선수들이 헹가래를 쳐줬는데 '조심해, 조심해' 하면서도 너무 행복했다"며 활짝 웃었다. "출국 전 호주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다. 김민우 트레이너, 남자골볼 최승호 선수가 호주선수 구질을 많이 던져줬다. 모두가 하나 돼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돌아봤다.

한 감독의 이화여대 체육학과 후배인 정지영 코치(32)는 2019년부터 서울시장애인체육회 감독으로 여자골볼 불패신화를 이끌고 있는, 패기만만 여성 지도자다. "골볼은 팀스포츠다. 외국선수들의 기량과 피지컬이 우리보다 뛰어날 순 있지만 '원팀'의 팀워크는 우리가 최고였다"고 했다. 시종일관 씩씩하게 골볼의 매력을 설파하던 정 코치는 우승 순간을 언급하자 울컥했다. "우리 선수들 정말정말 수고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 여자골볼의 목표를 묻는 질문엔 선수, 지도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세계 4강, 패럴림픽의 꿈"을 노래했다. 한 감독은 "세계선수권에서 한번도 예선통과를 못했다. 첫 예선통과 후 4강까지 욕심내볼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패럴림픽에 당당히 나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여자골볼은 1988년 서울, 1996년 애틀란타, 2000년 시드니 이후 20년 넘게 패럴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주장' 김희진은 "아시아의 벽과 세계의 벽은 차원이 다르다. 좀더 굳은 의지를 갖고 잘 준비해서 여자골볼도 패럴림픽 진출 역사를 다시 쓰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심선화는 "세계 톱5 이상의 성적이 목표다. 선후배들과 함께 2024년 파리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젊은 피 삼총사' 서민지, 최엄지, 박민경도 "2024년 파리!"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2022년 여름, 대한민국 여자골볼의 미래와 희망이 다시 시작됐다. 고덕=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